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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입양 준비를 시작합니다

방문 상담을 다녀왔어요

by 치유의 하루

생각도 안 해본 '연재 브런치북' 발행 버튼을 과감히 눌렀습니다. 글쓰기 실력 향상도, 출간 준비를 위함도 아닙니다. 도저히 쓰지 않으면 진정되지 안 될 것 같은 마음을 붙잡기 위함입니다. 아이를 잘 맞이하고 싶어서 이기도 합니다.



'입양'은 남편과 연애시절부터 진지하게 의논했던 주제였습니다. 둘 다 대단한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음에도, 서로 지향하는 점이 비슷해 대화가 잘 통했습니다. 암 진단 후 치료와 치유에 매진했고, 산정특례 기간이 종료될 무렵부터 저희 부부는 입양을 진지하게 상의했습니다. 올해(2025) 입양특례법 개정 소식을 접하고, 작년(2024) 가을 11월쯤 입양기관에 문을 두드리고 기다렸습니다.


유선 상담을 시도하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렸습니다. 대기자 명단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법개정을 앞두고 대기 명단에 조차 이름을 올리기 어려워졌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한 없이 기다리던 연말 무렵 사회복지사 선생님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미 그때부터 제 마음은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올해로 결혼 10년 차, 상상만 하던 입양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방문상담 절차에 앞서 준비할 서류 목록과 부부 개별 에세이, 양육 계획서 등 양식을 전달받았습니다. 법개정이 되면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 최대한 서두르기로 부부간 마음을 모았습니다. 2-3주에 걸쳐 부부 에세이를 쓰고, 서류를 준비하고 방문상담 일자를 잡기까지 대략 3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2월 초. 상담실에 도착해 사회복지사 선생님을 기다리는데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방문상담이라니요! 선생님은 입양 절차와 유의사항을 설명해 주셨고, 끝날 무렵 저희 부부에게 웃으며 물었습니다.


"두 분 마음 변하지 않으셨죠? 오늘 바로 신청서도 쓰고 가시겠어요?"

"물론이죠!!!"


한 시간가량 상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파란 하늘에서 쌀알만 한 흰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얀 아기 천사가 올 것 만 같이요! 김칫국에 설레발 그만하라며 남편은 저를 진정시키려 했습니다. 그 마음을 알면서도 넘쳐흐르는 설렘은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설렘 가득했던 날. 영상으로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어 짧은 브이로그도 만들어 봤습니다. 앞으로 몇 편의 브이로그를 만들 수 있을지, 그 끝의 결론은 무엇일지, 그 어느 것도 알 수 없지만 행복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차근차근. 설레발 조금만 자제하며 나아가 보렵니다.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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