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똑똑, 문 좀 열겠습니다

6번째 입양 절차, 가정 방문을 마치고

by 치유의 하루

다시 초록색 부직포 물걸레를 들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온 바깥 먼지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마음을 닦기 위해서였습니다. 예비입양부모 절차 중 하나인 '가정 방문'을 앞두고 마음이 싱숭생숭 떠다녔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배고픔까지도 마음 한구석으로 밀려 쭈그리고 있었습니다.


가정방문 후기 읽어 보니까
서랍장 문을 다 열어봤다던데요?


냉장고를 털어 간단히 끼니를 때웠습니다. 배가 차니 회색빛 솜털 먼지가 더욱 선명히 보였습니다. 전날 밤까지 남편과 집 정리할 때만 해도 없었던 먼지가 곳곳에서 반짝였습니다. 청소 검사를 앞둔 사람처럼 쉴 새 없이 움직였습니다. '카더라' 소문이 떠올라 온갖 서랍장을 모두 열어봤습니다. 약속시간 십 분 전이 되어서야 걸레질을 멈추었습니다. 걸레를 내려놓자 긴장감이 다시 웃돌기 시작했습니다.



깨끗이 정돈된 부엌 식탁에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선생님은 A4용지 한 장과 볼펜을 꺼냈습니다. 표가 나누어진 종이 위에 간단히 메모하며, 1시간가량 질의응답을 이어갔습니다.


예비 입양부모 가정 방문 질의항목 7가지

1) 거주 지역을 선택하게 된 이유
2) 이사, 이주 계획
3) 사진으로 보냈던 집안 내부 모습
4) 아이가 주로 머물 공간
5) 추가 학업 계획 여부
6) 보육 시설 보낼 계획 시점
7) 집 주변 주요 시설 위치(보육 시설, 소아과, 병원, 주민센터 등)



아이가 주로 머물 공간을 답하며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습니다. 저희 부부는 공간 재배치 계획을 나누었고, 선생님께서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안방 문 앞에 멈추어 고개만 빼꼼히 넣어 살펴보시곤 발길을 식탁으로 돌렸습니다.


편하게 보셔도 괜찮습니다



상담이 끝나고 소파에 대자로 뻗었습니다. 흐느적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넋을 놓았습니다. '카더라 소문'은 소문일 뿐이었습니다. 남편은 사회복지사님이 서랍장 문을 열어봤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 말했습니다. 창문 밖으로 뿌연 하늘, 창틀 구석에는 뽀얀 먼지가 보였습니다. 흐린 눈으로 바라보며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오늘 저녁은 외식합시다!

하루 종일 먼지 닦느라 쌀 불리는 타이밍을 놓쳤어요.ㅎㅎㅎ"




keyword
이전 03화국내입양 절차 16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