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절차의 연속 중에서
예비 입양부모 필수 제출 서류 중 하나는 건강검진 결과지였습니다. 단순한 건강 체크일 줄 알았는데, 공무원 채용검진부터 '알코올 중독 검사'와 '마약 검사'까지, 생소한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공복 혈당 검사도 있어 8시간 이상 금식 조건을 고려해 집에서 가까운 병원부터 알아봤습니다.
공무원 채용검진을 시행하는 병원 중, 모든 검사를 한번에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여러 곳에 전화를 돌리며 조건을 하나하나 설명드려야 했습니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이 아니어서인지 병원을 찾기 꽤 까다로웠습니다.
"입양부모용 건강검진을 하려고 하는데요."
"그게 뭔가요?"
"공무원 채용검진이랑, 흉부 x-ray, 혈액과 소변검사..
그리고 혈액으로 하는 알코올 중독 검사와 소변으로 하는 마약 검사도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그런데, 마약 검사는... 3종만 가능한데요.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계속 듣던 중, 알아봐 준다고 하니 몹시 반가웠습니다. 바라던 대로 집과 가깝고, 모든 검사 결과를 한번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저희 부부를 위해 마약 검사 11종 키트까지 구입해 주시겠다니요. 간호사 선생님의 적극적인 태도는 진심 어린 응원처럼 느껴졌습니다. 낯선 절차 속에서 건네받은 위로 같았습니다. 병원에서 이런 따뜻한 배려를 경험할 줄은 몰랐습니다.
며칠 뒤, 휴대폰에서 문자 알림 소리가 울렸습니다. 상단에 뜬 메시지를 보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문자 전문을 읽고 나서야 웃음이 나왔습니다.
김OO 님, 안녕하세요.
마약 키트가 도착했습니다.
편한 시간에 내원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서울당신의내과-
첫 아이 입양은 낯선 절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따뜻한 시선과 배려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정한 손길을 내밀어 주신 간호사 선생님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빠르게 입양 절차가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