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더 따수운 봄을 상상하며
입양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지만, 하루하루 마음이 요동칩니다. 소식을 접한 가족과 주변 지인들도 그간 숨겨왔던 설레발과 호들갑을 꺼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기 이불도 급할 건 없겠어요~ 눕힐 자리만 있으면야 ㅎㅎㅎ 가재수건 20개 정도하고 아기 씻길 비누랑 로션, 대야, 욕조... 아오~~ 나도 이리 문득문득 긴장과 설렘이 있는데, 둘은 오죽할까 싶어요."
형님의 메시지에 기대와 설렘이 가득 묻어납니다. 조카들도 이름 짓느라 분주하답니다. 영상 통화 너머로 '제가 잘 돌볼 수 있어요'라며 방문 예약까지 합니다.
예비 외할머니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어야 한다며, 15년 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손주 사랑은 끝이 없다던데, 벌써 시작된 것일까요?
"일단 의자부터 사요!"
"코엑스 베이비페어 다음 주에 열린대요"
"앵두는 너무 여자이름 같나요?"
아침부터 휴대폰 알람이 울려댑니다.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삼인방 친구들 톡방입니다. chat GPT로 지은 아기 이름 명단까지. 톡 하나하나에 따듯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셋이서 더 따수운 봄'이 되길 바라는 진심이 와닿습니다.
예비 아빠는 가구 재배열을 구상하고, 오랫동안 쓰지 않던 물건을 정리합니다. 아기용품 사용후기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아기가 오면 잠시 미뤄둘 취미생활도 부지런히 즐기는 중입니다.
동시에 예비 엄마를 진정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말합니다. 김칫국 그만 마시라고요. 하지만 예비 엄마는 들은 척도 않고,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말합니다.
"여보, 우리 관식이도 오늘 꽃놀이 갔을까요?"
선호 성별이 없다고 했으니 아들일 확률이 높다며, 임시 이름을 '관식이'로 정해 부르고 있습니다. 설레발과 호들갑에 김칫국까지. 고개를 돌리는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납니다.
"내 심장도 이리 두근두근하는데 민정쌤은 심장소리가 하늘을 뚫을 듯!...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오늘 복음 묵상구절이었어요. 올 아가를 맞이하는 모든 과정의 증인이 될 수 있어 영광이에요~ 함께 기도하며 기다릴게요~^^"
기도로 힘을 더해 주시는 자매님 덕분에 마음 한켠이 든든합니다. 이 모든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설렘과 떨림을 선물해 준, 이미 태어나 있을 아이에게 고맙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우리 마음은 봄처럼 부풀어 오르는 중입니다.
봄처럼 불쑥 찾아올 그날을,
오늘도 두근거리며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