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아버님. 9개월 여자 아이와 결연되었어요!"
"여자 아이라고요?!!
남자아이일 줄 알았어요.
그래서 관식이라고 부르고 있었거든요..!"
결연위원회가 열린 다음날, 복지사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뜻밖의 소식에 한동안 얼떨떨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아이와 첫 만남, 이른바 '선보기'였습니다. 아이가 가장 컨디션이 좋다는 시간인 오후 1시 30분으로 약속을 정했습니다.
첫 만남 설렘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혹시 몸에 밴 음식 냄새에 아이에게 불편을 줄까 싶어, 점심은 간단히 김밥으로 해결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약속이나 한 듯, 하얀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환하고 편안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위탁부모님께 드릴 작은 선물과 손편지도 준비했습니다.
상담실 앞에서 복지사님과 마주쳤을 때, 선생님의 품에는 작은 아이가 안겨 있었습니다. 순간, 그 아이가 우리 아이일까 싶어 심장이 뛰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다급히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이 아이는 아니에요!ㅎㅎㅎㅎㅎ”
한바탕 웃으며 상담실로 들어갔습니다.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아이일까? 처음 보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까?' 긴장되어 몸을 가만히 두지 못했습니다.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카디건을 벗었다 입었다, 머리끈을 묶었다 풀었다 반복했습니다.
"으응으응으으으애애애애애ㅐ애ㅐㅐㅐㅐㅐ---"
그때, 복도를 가득 채우는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남편과 눈이 마주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한참 뒤, 상담실 문이 열렸습니다. 노란 원피스 입고, 하얀 머리띠를 한 아가씨가 등장했습니다. 이미 한바탕 흘린 눈물에 속눈썹이 젖었고, 낯선 우리를 멀뚱히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는 제 품에 안기자 다시 한참을 울었습니다. 남편은 핑크퐁 노래를 틀고, 박수도 치고, 장난감을 건넸습니다. 아이의 시선도 남편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떡벙을 쥐어주자 잠시 울음을 멈추는 듯했으나, 오른손에 꽉 쥔 채 다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순간, 제 팔 위로 작은 폭죽이 연달아 터졌습니다. 전신에 힘을 주며 우느라 방귀가 절로 나온 모양이었습니다. 울음소리가 커서 아무도 듣지 못한 듯 보였습니다. 저만 혼자 조용히 웃었습니다.
'뿡뿡뿡. 지금, 네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거니? 혹시 도장 찍기 같은 거니?'
그 뒤로도 아이는 계속 울었습니다. 복지사 선생님은 "아이가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쁜데요..."라며 아쉬워하셨습니다. 제 눈에는 낯선 이들을 경계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오히려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짧은 만남을 마무리하고, 아이를 위탁부모님께 돌려보냈습니다.
상담실로 돌아온 복지사님께 아이 정보를 들었습니다.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그저 감정에 기대어 단번에 ‘네!’ 하고 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상황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다 보니,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결정하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우리, 한 생명을 품을 준비가 되었을까요?
돌아오는 길, 차 안은 조용했습니다. 마음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기쁨과 설렘이 희미해졌습니다. 그 자리에 염려와 두려움, 그리고 책임에 대한 무게가 동시에 밀려들었습니다. 그 무게는 생명을 마주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말 없는 질문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