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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연.. 포기해야 할까

by 치유의 하루

"생각보다 마지막 결연 단계에서 입양을 포기하는 부모님들이 많으셔요. 시간이 있으니 부부간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기회로 생각해 보셔요."


입양기관에 처음 전화를 걸었다가 상담 거절당했던 날, 상담사 선생님이 건넨 말씀이었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그 고민을 제가 하게 될 줄은요.




결연된 아이에게는 메디컬 이슈가 있었습니다. 일부는 추적관찰이 끝났지만, 아직 남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2차 병원을 넘어, 3차 병원 진료가 예정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제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자랐다면 느긋하게 경과를 지켜봤겠지만, 입양아동의 특성상 (돌 이전에 이슈를 정리해야 했기에) 소견서를 받아 3차 병원을 가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5월 말이 되어야 나옵니다. 그때까지는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걸 감당하게 될지 미리 알 수는 없었습니다. 입양부모 교육 시간에 '경미한 의료적 이슈 아동'을 다룬 적은 있었지만, 그 이야기가 제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 아이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고, 알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멈출 줄 모르고 흐르고 또 흘렀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눈물이 나는 걸까' 싶을 만큼 쏟아졌습니다. 저도 당혹스러웠습니다. 밥맛도 없었습니다. 제 안 어딘가, 깊은 심연에서 거대한 물결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책임의 범위를 모르는 일을 어떻게 결정하라는 건가' 싶었습니다. 저의 3차 병원 기억이 떠올랐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닐 수 있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려웠으니까요. 그런데, 그것이 곧 '부모가 되는 일'의 정의임을 깨달았습니다.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또 어떤 조건의 아이여서가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주고 그 어떤 책임도 기꺼이 다하는 사람. 그 무게가 너무나 버겁게 느껴진다면, 나는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것이 아닐까? 포기해야 할까? 다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고민 5일 차,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아이와의 만남으로 제가 정화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미처 몰랐던 심연의 두려움이 건드려졌고, 회오리 물결이 밑바닥까지 모두 들추어 발견하게 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단 한 번의 만남뿐이었는데, 나의 밑바닥을 마주하게 해 주었다니 놀랍고도 고마웠습니다.


열흘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제 마음은 왔다 갔다를 반복했습니다. 그 모든 생각과 감정을 그저 바라보고 판단하지 않으려 했고, 남편도 제 속도를 인정하고 기다려주었습니다.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떠난 두 번째 허니문 여행 중, 저희는 지난 세월만큼이나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세상에 준비된 부모는 없다고, 그저 부모가 될 것인지 선택할 뿐이라고요. 그리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품어 보기로 결정하고 돌아왔습니다.


"여보, 우리... 허니문 베이비네요!ㅎㅎㅎ"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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