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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삼촌 언니오빠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입양전제 위탁을 시작합니다

by 치유의 하루

"브런치보고 생각나서 연락해 봐!! 우리 집에 한번 놀러 올래? 옷이랑 장난감이랑 좀 챙겨주고 싶은데~ 애기 있는 집 한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ㅎㅎ 세상 정신없는 ㅋㅋㅋ 온 김에 휴대용 유모차랑 젖병 소독기도 가져가. 트렁크 비워서 와~ㅎ"


갑작스러운 10개월 육아 준비로 막막했던 차, 하늘에서 금동화줄을 보내주었습니다. 쌍둥이 여아 천사들을 키우는 부부를 만나 현실적인 조언도 얻고, 이사용 박스 가득 용품도 받아 왔습니다. 작은 옷, 신발, 장난감을 보니 그제야 조금씩 실감이 났습니다.


위탁 부모님께 수면 패턴, 이유식, 일과, 좋아하는 것들까지 아이 정보도 구했습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여벌옷과 양말, 요와 이불, 기저귀와 이유식 약간을 보내주시기로 했습니다. 보따리 싸면 사진으로 보내주신다는 친필 메모에 잠시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형님과 함께 아기용품 매장도 둘러봤습니다. 아이 넷을 키운 찐 경력자는 여유로웠습니다. 넘치는 물품 속에서 정신 못 차린 저를 보시곤, "민정 씨, 원하는 거 있어요?... 그럼 내가 알아서 할게요." 라며 당장 필요한 물품들을 담아 주셨습니다. 조카들이 고른 장난감도 함께요.



그 뒤로 집으로 택배 박스가 줄지어 도착했습니다. 주말에는 남편과 당근 투어를 다녔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남편은 '당근 없었을 때가 세상 편했다'는 농담을 건네면서도,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구비한 용품들을 소독하고, 집 구조를 변경하고, 점검 리스트를 완성해 갔습니다.



입양 확정 소식을 접한 이모삼촌들은 설렘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축하한다는 말을 연신 건네며, 꼭 초대해 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진짜 엄마가 되는구나 ‘ 싶었습니다.


조카들도 아기 이름후보를 제안해 주었습니다. 영상통화 화면 너머로 자기들이 제대로 놀아줄 수 있다는 자신만만한 표정이 보입니다. 한 번에 언니 오빠가 둘 씩 생기는 기분은 어떨까, 부럽기도 합니다.



오늘부터 입양을 전제로 한 가정위탁을 시작합니다. 두근두근 설렘과 긴장감이 몰려옵니다. '조리원을 나서는 엄마의 마음이 이런 걸까' 싶습니다. 한동안 노트북을 내려놓고, 아이를 안고 지내게 되겠지요?


그동안 연재 브런치북 <이미 태어나있을 너를 기다리며>에 보내주신 응원과 관심 감사드립니다. 곧, 아이와 적응 기간을 마치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너를 만나> 연재글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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