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본 날
뭐가 없었나 싶겠지만
그날은 아무 일도 없었다.
단지, 화장실에서 나오던 나에게 번호를 물어봤고
헤어지는 타이밍에
'내일 일어나면 연락할게요.'
짧은 한마디뿐이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송강 닮은 사람이랑 술 마셨다. 연락 준다더니, 아직도 카톡이 없다.'
'와 진짜 부럽네. 근데 언니 지금 아직 10시야. 좀 더 기다려봐.'
'연락 안 오면 어쩌지? 그냥 내가 먼저 할까?'
'아니, 좀 기다려봐. 매력 없게 왜 그래?'
하...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하다.
결국 11시 반쯤 내가 먼저 연락했다.
그는 막 일어난 목소리로 받았다.
한참 대화를 재밌게 이어나갔다. 예감이 좋은데?
근데 왜 만나자는 말이 없지...
살짝 불안해진다.
나는 대뜸 물었다.
'태어난 연월일시가 어떻게 돼요?'
'그걸 왜 물어봐요?'
'그냥 좀 궁금해서요.'
그는 내게 의아하지만 순순히 말해주었다.
사실 나는 사주를 아주 조금 볼 줄 안다.
강의를 몇 차례 들었고, 여러 사람들의 사주를 봐준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면 재미 삼아 그 사람의 장점만 이야기하는 사주를 봐주고는 했다.
그의 생년월시를 만세력에 넣고
사주를 쭉 봤다.
세상에 사주형국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살아온 인생이 보인다.
시기별로 일어났던 이슈들도 대강 알 수 있다.
그에게 두루뭉술하게 말해주었다.
그는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
그에게 회심의 한마디를 던졌다.
'나랑 궁합이 좋은 걸요. 무계합이라고 합이 드는 사주예요.'
'아니, 그런 걸 알 수 있어요?'
'그럼요. 그래서 우리가 만났나 봐요. 인연인걸요.'
'진짜 웃기는 여자네. 대뜸 전화해서 사주 봐주고, 궁합도 좋다니 재밌네요.'
'사주 봐주면 원래 복채내야되는 거 알고 있죠?'
'그게 뭔데요?'
'사례비 같은걸 내야 복을 안 까먹어요. 그러니까 점심 사세요.'
'이야, 이제는 점심도 사라고 하네. 그래요. 좋아요. 제가 점심 살 테니까 나오세요.'
예스. 나는 이렇게 송강을 또 만날 구실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