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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로 Oct 31. 2023

복채로 점심 사세요

사주를 물어보았다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본 날

뭐가 없었나 싶겠지만

그날은 아무 일도 없었다.


단지, 화장실에서 나오던 나에게 번호를 물어봤고

헤어지는 타이밍에


'내일 일어나면 연락할게요.'


짧은 한마디뿐이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송강 닮은 사람이랑 술 마셨다. 연락 준다더니, 아직도 카톡이 없다.'

'와 진짜 부럽네. 근데 언니 지금 아직 10시야. 좀 더 기다려봐.'

'연락 안 오면 어쩌지? 그냥 내가 먼저 할까?'

'아니, 좀 기다려봐. 매력 없게 왜 그래?'



하...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하다.

결국 11시 반쯤 내가 먼저 연락했다.

그는 막 일어난 목소리로 받았다.

한참 대화를 재밌게 이어나갔다. 예감이 좋은데?

근데 왜 만나자는 말이 없지...

살짝 불안해진다.


나는 대뜸 물었다.



'태어난 연월일시가 어떻게 돼요?'

'그걸 왜 물어봐요?'

'그냥 좀 궁금해서요.'



그는 내게 의아하지만 순순히 말해주었다.

사실 나는 사주를 아주 조금 볼 줄 안다.

강의를 몇 차례 들었고, 여러 사람들의 사주를 봐준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면 재미 삼아 그 사람의 장점만 이야기하는 사주를 봐주고는 했다.


그의 생년월시를 만세력에 넣고

사주를 쭉 봤다.

세상에 사주형국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살아온 인생이 보인다.

시기별로 일어났던 이슈들도 대강 알 수 있다.

그에게 두루뭉술하게 말해주었다.

그는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


그에게 회심의 한마디를 던졌다.

 


'나랑 궁합이 좋은 걸요. 무계합이라고 합이 드는 사주예요.'

'아니, 그런 걸 알 수 있어요?'

'그럼요. 그래서 우리가 만났나 봐요. 인연인걸요.'

'진짜 웃기는 여자네. 대뜸 전화해서 사주 봐주고, 궁합도 좋다니 재밌네요.'

'사주 봐주면 원래 복채내야되는 거 알고 있죠?'

'그게 뭔데요?'

'사례비 같은걸 내야 복을 안 까먹어요. 그러니까 점심 사세요.'

'이야, 이제는 점심도 사라고 하네. 그래요. 좋아요. 제가 점심 살 테니까 나오세요.'



예스. 나는 이렇게 송강을 또 만날 구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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