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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로 Nov 01. 2023

질문 폭탄 남자를 만났다

처음 겪어보는 물음표 살인마

사주를 봐주며

점심 약속 잡기 미션에 성공한 나는

꾸민 것 같지만 꾸미지 않은 척하려 애를 쓰고 나갔다.

물론 당당하게 우양산을 펴 들고.


이야

전날 밤에 꿈을 꾼 건 아니었구나.

낮에 봐도 잘~생겼다.


수줍게 나타난 그는

한껏 꾸미고 나왔다.

머리도 하고, 옷도 베이지 계열로 맞춰 입고 왔다.


점심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으나 어찌어찌 먹었던 것 같다.

카페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많은 대화를 했다.


그런데 이 남자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어떤 연애 스타일을 좋아하시나요?'

'연락은 얼마나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보통 언제 주무시죠?'

'그리고 언제쯤 일어나세요?'

'주량은 어떻게 되시죠?'

'어느 지역에서 살아봤죠?'


일명 물음표 살인마를 만났다. 


나는 이런 남자를 처음 만나본다.

10번이 넘는 연애와

다수의 소개팅 경험에서는

보통 내가 질문을 던지고

남자가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는 항상

'아 오늘 제가 말을 많이 했네요.'

'우리는 대화가 너무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첫 데이트가 끝나면 남자들이 하는 반응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 너는 나에 대해 한마디도 묻지 않았지.

너 혼자 말했는데 대화가 잘 통했다고 생각하다니 대단하다.'


이런 루틴이 대부분이다.

여자에게 잘보이고 싶은 남자는 

자신에 대해 어필하기 위해 끊임없이 말을 한다. 


어라 이 남자 신기하게

나에게 질문을 계속 던진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그날 나는 성심성의껏 대답을 했고

나도 열심히 질문했다.


우리의 질문 대파티는

전화에서도 이어졌는데

그것이 무려 한 달이나 이어졌다.

약 28일째 되는 날

우리는 질문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거의 한 달 동안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느 만남이 그렇듯

우리는 전화로 한 달 가까이 밤을 새웠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30대가 되었는데

이런 체력이 나오다니

사랑의 힘은 대단하는 것을 느꼈다.



서로의 질문이 기상천외할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참으로 다양한 답변들이 오고 갔다.



다른 세계의 큰 우주를 만났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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