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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로 Nov 02. 2023

송강 닮은 남자의 취미

물음표 살인마(2)

첫날의 데이트에서 점심을 먹으며

내게 질문을 했다.



'혹시 드라마 좋아하세요? 넷플릭스 자주 보세요?'

'어.... 음.... 가끔 봐요. 최근에는 뭘 봤더라...기억이...'

'스위트홈 보셨어요?'

'아뇨, 달달한 로맨스 드라마인가요?'

'풉, 괴물 나와요.'



큰일 났다.

나는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다.

그전에 보았던 드라마는

스카이캐슬..... 도깨비....

너무도 오래되었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이유는

회차를 기다리는 것이 힘들고

몰아서 보는 날에는 하루가 다 가버려서 허무하다.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주인공에게 과도한 몰입을 하는 사람이다.


주인공이 아프면 나도 진짜로 아픈 것 같고, 주인공이 슬프면 나도 눈물이 펑펑 난다.

액션라도 볼라치면 삭신이 쑤신다. 실제로 칼에 찔리는 것 같달까.

그렇기에 드라마를 보겠다고 마음먹는 날은

온몸이 다.


그런데

이 남자 드라마 광이다.

집에서 드라마 보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

넷플릭스에 있는 드라마는 거의 다 보았다고 하는데,

큰일이다.



'드라마 어떤 장르를 좋아하세요?'

'로맨스, 판타지, 추리 등등 다 좋아해요.'

'아.... 하!'



내가 아는 드라마가 없기에 이 주제로 대화를 더 이끌어 나갔다가는

흐름이 끊길 것이 분명했다.

빨리 다른 주제로 넘어가야 된다.

안그래도 초조한데, 그가 또 물었다.



'그럼 영화는 좋아하세요?

'영화요?...?'



젠장

드라마도 안 보는데, 영화는 보겠냐.

속으로 망했다 생각했다.

집 가서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해야 되나

영화 리스트를 뽑아서 공부 좀 해야 되나

머릿 속에서 온갖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번뜩 뇌 저편에서

대학교시절 동기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동기는 짝사랑하는 선배가 유럽 프리미리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축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맨유, 맨시티, 생제르망 등등 각종 구단을 알아보고

구단의 유망주 이름을 외웠다.

그리고 짝사랑 선배와 취미를 함께하기 위해

축구로 대화를 시도했고 성공했다.


그래서 동기의 노력이 사랑으로 이어졌냐고 물어본다면 가슴이 먹먹하다.

선배의 여자친구로 낙점된 사람은

우리보다 어리고 귀엽고 깜찍한 후배였다.


그렇기에

드라마를 정주행하지 않고,

영화 리스트를 공부하지 않고,

굳이 애쓰지 않기로 한다.

그저 인연은 될 놈 될이다.



그나저나

집에서 영화 드라마를 보는 것이 좋단다.

생긴건 밖에 나가서 술마시고 엄청 놀게 생겼는데...

사람의 외모를 보고 판단했던 나의 편견에 부끄러워지는 날이었다.



드라마, 영화 취미의 공유는 물 건너갔으니

다른 공통점을 찾으러

내가 물음표 살인마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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