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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로 Nov 06. 2023

연애보다 결혼상대를 찾는 그

생각보다 그는 묵직했다

송강과 수많은 밤을 새우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중에 하나는 지난 연애사와 연애관에 관한 이야기였다.


지난 연애사를 끄집어내는 것은

가장 하지 말아야 할 1순위.

이상하게 그 판도라 상자를 열고 싶단 말이지.

썸의 단계에서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인데

인간은 늘

자극적인 소재에 끌린다.


나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파혼을 했다.

송강에게 나의 파혼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는 내 이야기를 경청하더니

본인의 연애사를 슬쩍 꺼내주었다.


20대 중반이던 그에게는 4년을 만난 여자친구가 있었다.

오랜 기간 만나온 터라 집안 어른들도 알고 있었고, 왕래가 잦았다.

특히나 그의 어머니가 여자친구와 사이가 좋아 의지를 많이 했다.

여자친구는 그에게 결혼을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왔다.

그도 만난 기간에 비례하여 정과 사랑이 쌓였고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혼준비를 하기 위해 많은 대화들이 오고 갔다.

연애 때는 몰랐던 각자의 가치관들이 날 것 그대로 쏟아졌다.

결혼식 규모, 신혼집의 크기, 대출 사항, 경제 현황 등

어느 하나 맞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타협 하기보다는

점차 일방적인 요구 해왔다.

그는 그렇게 현실을 자각하고

사랑하는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다.


이별의 후폭풍은 대단한 것이었다.

결혼을 할 줄 알았던 그들의 헤어짐에

부모님은 적잖이 충격을 먹었고

4년이란 시간이 결혼 이야기에

한순간 무너진 경험은

난생처음 겪는 고통이었다.


그는 다음 연애는 꼭 결혼 상대를 찾겠다 다짐했다.

또 이별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게다.

때문에 여러 번 소개팅에서 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바로 만남을 그만두었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도

더 이상의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았다.


송강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가면서도 나 입장과는 사뭇 달랐다.

물론 나도 파혼을 하고 나서 이별의 아픔을 견디는 시간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은 사람을 가볍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파혼을 하고 나니 나의 기준점이 확실해졌고,

그것을 확인하려면

사람을 또 진지하게 관찰하고 지켜봐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그에게 호감이 간 것은

아주 잘~~ 생긴 외모 덕이었다.

그 외모를 보고 조금은 즐기는 연애를 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생각보다

어쩌면

그 이상으로

묵직하고 

진지하며

신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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