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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로 Nov 07. 2023

포옹 귀신이 들린 사람

신중하다며?

두 번째 만남이었나


저녁에 일을 마치고

우리 동네 근처에서 만났다.

멀리서 출근복을 입고 나타난

그는 갑자기 두 팔을 벌리고 서있었다.


'뭐야,

영화처럼 우다다다 뛰어가 확 안겨야 하는 건가?

아니면 기지개를 켜는 건가?

괜히 달려갔다가 아니면 얼마나 뻘겠어.

그냥 조용히 걸어가 보자.

아 모르겠다.'


천천히 걸어가 그의 앞에 섰는데

그는 다소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끌어안았다.



"아니 이렇게 팔을 벌렸으면 와서 안아야죠."

"저기요, 이제 두 번째 만났는데 벌써요?"

"만나는 횟수가 중요한가요?"

"전화로는 신중하고 진중한 것처럼 하더니 다소 빠른걸요."

"그런 게 어딨어요. 그냥 좋으면 안는 거지."



그렇다 그는 포옹성애자였다.


사실 나는 스킨십이 어색하다.

더운 날 살끼리 부딪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땀이 나니까 상대방이 알아채는 것도 싫고

나도 찝찝하다.

때문에 손을 잡지도 팔짱을 끼지도 포옹을 하지도 않는다.


하필 땀이 쏟아지는 한여름에 만난 우리는

스킨십에 큰 온도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만날 때마다 포옹을 했다.

그리고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손을 놓지 않았다.

스킨십의 주도 빼앗겼다.


 아, 좋기도하고 싫기도하고

아니 좋기는 한가보다. 손을 빼지 않았다.


여튼 그는

로 자신을 설명했다.

그렇다. 그는 느낌적인 느낌인 사람이다.


이 포옹이

우리의 만남에서 key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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