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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첫사랑

by 이영준

신이 우리에게 선물한 사랑은 처음부터 완전한 사랑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랑 그 자체, 텅 빈 마음과 치유하는 지성을 준 것이다.

1

그대에게 가는 길

나를 버리고 가는 길이어도 좋다

그리움의 깊이만큼 설레는 햇살

예쁜 꽃잎 하늘을 날고

오직 그대 한 사람만의 향기

가만히 옷깃을 스친다

소유할 수 없는 사랑은

가고 머무는 것

그대 떠난 뒤에야 사랑은 시작되고

사랑의 날개짓 마음의 빛으로 스며든다.

2

하늘빛 고운 천사들이

변치 않는 다소곳한 표정으로

서로의 몸을 흔들어 손짓하며

바람에 해맑게 웃는다

언제나 내게 힘을 주는

이 사랑은 마음의 등불 되어

진달래 화사함보다

칡 향기 그윽함보다 기쁨을 준다

어쩌다 그대 생각에 잠겨 거닐면

내 사랑은 설렘으로 진실하게 서 있다.


3

사랑, 내 장의 북소리

우연히 그대 내게 다가오면

흠칫 놀라움에 고개를 돌리고

그대 사랑만큼 예쁜 꽃잎을 피우려고

몰래몰래 가슴 뛰며 숨을 쉬어요

밤이 깊도록 운명의 꽃잎 떠돌아

그대 아름다운 별 길을 잃고

어쩌다 별자리가 바뀐다 하더라도,

나를 알고 지으신이 내게 벌해도

꿋꿋한 가슴으로 이 사랑 지켜 가렵니다.


4

영혼이 깊어가는 가을

둥실 떠가는 구름 같은 바람의 꽃

내 사랑은 코스모스와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해맑은 미소 묻어나는 인연입니다

나를 이끌어 가는 순정,

줄기에 들러붙은 달팽이가 되고

같은 시공간에 머물러

뿌리에서 꽃잎까지

가는 길은 멀어도 나의 몸짓으로

그대 포기할 수 없는 내 사랑을 보여주고 싶다.

5

새들이 둥지를 찾듯이

그리움은 내 안에 쏟아진다

이처럼 예쁜 꽃이 필 때 우리 손을 잡아요

그대 단 한 사람

생각하고 설레는 마음은 끝이 없어

외롭지 않은 것처럼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시로 그대 나의 연인 되기를 기다려요

가슴에 사무치는 맹세 하나 “나 그대 사랑해”

꺾이지 않는 마음은 날마다 사랑의 꿈을 꿉니다.

6

그대에게 닿고 싶은 바람은

길 잃음이 없다

영혼의 소리로 전해오는 사랑은

한 사람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게 되고

자신을 죽이는 만큼 어려운 것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오

이 사랑,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도

얼굴을 꼭꼭 묻고 잊고자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

아픈 채로 고이고이 간직되는 그대의 향기입니다.


7

파란 하늘에 수놓은 축복의 기도

끌림의 빛으로 물들어 가는 그리움

그대 나의 전부가 되어요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이

메마른 땅 모퉁이 한 곳에

초라한 줄기의 형체로 발가벗음을 보일지라도

그대 함께하는 길에 사랑의 미소 띄워 봅니다.

8

신은 믿는 사람에게 존재하듯

그 미묘한 밝음, 사랑도 그렇다

세월은 가고

또 오지만

우리 사랑 가는 길은 되돌아올 수 없는 길

연분홍 알싸한 그리움

그 뚝방길에 코스모스 유혹하면

처음처럼 꿈꾸는 첫사랑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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