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모르지만 너를 원해.

너를 치는 법을 알지 못하지만 너를 연주하고 싶어.

by cheers 헤나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나는 너를 모르지만 너를 원해.' (Falling slowly - Glen Hansard / Once OST)

기타 반주에 얹어진 목소리를 들으면서, 딱 가사와 같은 감정을 기타에게 느꼈다.

'너를 치는 법을 알지 못하지만 너를 연주하고 싶어.'

그리곤 무작정 기타 학원에 찾아갔다.


떨리는 손으로 기타를 잡은 나는 영화 속 글렌한사드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감미로운 기타 선율에 목소리를 얹는 뭐 그런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웬 걸. 막상 손끝에서 나는 소리는 띵. 띵똥_땅? 음악이라고 하기도 뭣한 소음뿐이고, 손끝은 또 왜 이리도 아린지. 그리고 기타만을 연주하는 것과 연주와 동시에 노래까지 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영역이었다. 아 역시 나는 소질이 없는건가 시작과 동시에 좌절감부터 맛봐야 했다. 기타를 치기까지는 어마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다.


그렇게 나의 기타 도전기는 소리 소문 없이 막을 내리는 듯했으나, 우연인지 인연인지 원스 촬영지인 '아일랜드'라는 나라에서 일 년 남짓을 살게 되면서 다시 기타를 만나게 되었다. 길거리에는 발걸음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예술가들의 버스킹이 즐비했고, 함께 사는 외국인 친구들은 마치 개인 노트북을 소지하듯 자기 기타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굳이 학원까지 찾아가야 했었던 날을 떠올리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Can I play your guitar..?"

-"Sure, you can play whenever you want."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타를 다시 손에 잡았다. 여전히 손끝은 아려왔지만 조금씩 손끝 살은 굳은살로 변해갔고, 동시에 통증도 함께 굳어져갔다.


다시 한국. 매일 보던 길거리 버스킹은 사라졌지만 우리 집 책장 옆에 ‘내 기타’가 자리하고 있다. 잘 치지는 못해도 이제 어느 정도 유튜브를 보고 직접 소리를 낼 수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직접 내 손으로 연주하는 일은 참 멋진 일이다.

기타가 재밌는 게 뭐냐 하면, 듣기만 하기엔 어렵고 복잡할 것 같던 곡도 막상 코드를 따 보면 같은 코드 구간의 반복의 연속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구간 정도만 잘 익혀두면, 그 구간의 반복으로 쉽게 한 곡을 완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곡이든,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가만 보면, 뭐든 그렇다.

겉으로 보기에 어렵고 대단해 보여도 막상 마주하고 보면 그래도 할 만한 것처럼.


이제 나는 기타를 칠 줄 알지만 사실 기타 코드를 볼 줄은 모른다. 말 그대로 유튜브나, 친구의 손가락 끝을 보고 따라 배웠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곡은 그냥 구간 코드를 외워버리고 연주를 한다. 그래도 코드는 볼 줄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기타 동호회를 찾았다. 그 해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홍대의 한 공연장에서 백명도 넘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공연이라는 것도 해봤다. 그날의 심장이 터질 듯했던 설렘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저 재미로, 호기심으로 벌이게 된 일이었지만 나는 기타 그 이상, 그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직업도, 나이도, 성향도 저마다 다양했지만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순간의 열정만큼은 모두가 같았다. 공연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공연 전, 야근을 마치고까지 옹기종기 모여 밤이 깊도록 음악 소리가 멈출 줄 몰랐던 그 공간에서 우리들의 열정을 온몸으로 느끼던 순간이었다.


몰랐는데, 기억을 따라 써 내려가다 보니 기타 하나에 얽힌 기억들이 이렇게나 많다. 작년 크리스마스부터 시작해서 벌써 몇 년이 훌쩍 지나버린 내 아일랜드 라이프까지.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 첫 직장을 때려친 다음날, 수줍게 기타학원 문을 두드리던 순간까지도..

나는 단순히 기타의 소리가 좋아 기타 치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기타 하나에 이토록 나의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꽤나 애틋하기까지 한 히스토리에 비해 실력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니, 급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다. 가만 보자 내기타가 어딨더라 주섬주섬..


너를 알게 되어 행복해. 더 알아가고 싶어.

남은 연말 동안 다시 손끝에 굳은살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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