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조직에 기대지 않고 독립생활자로 단단히 살아가는 법. -찰스 핸디-
포트폴리오 인생(프리랜서) 시대의 도래.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포트폴리오 생활의 큰 축복이다. 휴일을 회사 사정이나 동료들의 필요에 맞춰 조정해온 내게 약속 날짜를 마음대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생활을 제대로 누리려면 스케줄을 마음대로 잡는 대신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선택을 하고, '아니오'라고 말할 줄 아는 단호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스케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두 가지 선택 안 중 하나를 고르는 것으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그 사람의 신념 체계가 드러나는 준 종교적인 탐구라 할 수 있다.
대기업 생활이 주는 이점 중 하나는 그런 준종교적 탐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 직원이라는 명함 하나로 그 사람의 수입, 지위, 신분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회사에 자신의 시간을 팔아넘기며 회사가 규정하는 성공 개념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말이다. 하지만 회사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규정해야 한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없으면 매우 비참하다. 사실 인생의 교훈은 직접 살아나가면서 배우는 것이자 삶에 반영하며 풍성해지는 것이다. 물론 그 교훈이 모두 타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교훈들을 모으면 신념이 되고, 세상에 대한 인식이 되며, 미래에 대한 희망, 기대, 공포로 자리해 총체적으로 나의 인생철학이 된다.
자기 자신을 알려면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자유의 차변에는 뭐든 혼자서 해내야 한다는 고독감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저울대에서 무게를 달아본다면 틀림없이, 자유가 언제나 이긴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 손에 들어온 그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공의 역설이기도 하다. 역설적이게도 사회 구성원에게 그들이 얻고 싶어 하는 것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얻게 해주는 사회는, 나중에 그 사회에 번지는 권태의 파도에 그들을 일찍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계에서 돈은 많은 것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주지만, 그런 물질적 욕구가 충족된 이후의 삶의 목적까지 제공해주지는 못한다.
보람 있는 인생을 영위하려면 자기 자신의 범위를 뛰어넘는 목적을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기적 자본주의는 이런 목적을 홀대해 중요도 리스트의 맨 밑바닥에 놓고 있다.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은 성공적인 자본주의를 만들어낼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데 단 하나, 자본이 없다. 가난한 나라들은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자산을 유동적인 가용자본으로 전환하는 힘이 전혀 없다. 발전도상국의 국민이 가지고 있는 자산, 즉 집, 가게, 회사의 80%가 합법적인 것이 아니므로 죽은 자본이나 마찬가지다. 피라미드의 밑바닥에서 탈출하려면 가난한 사람들은 소득 잠재력이 있어야 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경제성장은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한다. 경제성장이 없으면 그 어떤 진보도 불가능하다. 글로벌 자본주의는 많은 사람들을 전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부가 행복을 가져올다고 믿는 사람은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 더 많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일련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국민소득 1만 달러(약 1억 원)가 효용 체감의 시작점이라 한다. 그 수준 이하에서는 더 많은 돈이 더 많은 기본적 생활 편의를 보장하고 만족을 가져온다. 그러나 그 수준을 넘어서면 몇 달러 더 벌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 시점에서는 극심한 경쟁사회로 접어들며 스스로를 이웃과 비교하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더 신경 쓰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자문했다. 만약 내가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다면 나는 과연 남들에게 가치 있는 사람일까?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마음과 자유롭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독립생활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채택할 생활방식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공동체에 자신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투자하거나 자신들이 공동체를 창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공동체의 한 부분이 될 수 없다.
자선단체나 기타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단체의 정신에 봉사하려는 뜻도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필요에 부응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소속감은 중요한 것이다.
인생은 우리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그것으로 좀 더 유익한 어떤 것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이처럼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기질 때문인가, 아니면 유년시절의 영향인가? 아무튼 나는 빈둥거리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안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낮에도 꿈을 꿔. 이런 사람들이 위험하지. 자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고 마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창조하고 싶은 것에 대한 꿈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부자가 되고 싶다,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다 등의 막연한 꿈이라면 그것은 꿈이라기보다는 희망에 가깝다. 열정은 막연한 희망으로부터 생겨나지 않는다.
프리랜서로 무슨 일을 하든 그 사람의 능력을 보장하는 것은 그의 최근 일 혹은 프로젝트뿐이다. 그의 과거 명성이나 경력은 아무런 보장이 되지 못한다.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남들과 달라야 한다. 사물을 새롭게 보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 때때로 낯선 세계를 거닐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신에게 그것을 강요해야 한다. 외국을 여행하는 것도 일종의 공부다. 전혀 다른 방식의 문화에서는 당연시하던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다.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삶의 구축을 위한 네 가지.
1. 집안일
집안일은 각종 통계 수치에서 하나의 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회에서는 측정되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집안일의 보상은 감사와 사랑, 가정의 창조와 유지, 소속감을 주는 곳, 혼란스러운 세계 속의 아늑한 섬 등의 형태로 다가온다.
2. 자원봉사
가정 밖의 공동체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이 자원봉사 일을 대단히 만족스럽게 여긴다는 사실이다. 금전적인 이유나 다른 사람의 강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좋아서 하기 때문이다.
3. 학습
독립적인 벼룩은 기댈 곳이 자기 자신밖에 없다. 돈 버는 일의 미래를 확보하려면 공부하는 일이 본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4. 운동
나의 진짜 일을 감당하기 위해 심신을 단련시키는 운동은 필수이다.
인생의 전체 사이클을 놓고 볼 때 위의 네 가지 유형의 일은 매 단계마다 다르게 편성될 것이다. 일의 배분(네 가지 일)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포트폴리오 인생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부유하지 않다. 프리랜서 생활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대가는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인생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될 수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특별한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고서도 복잡한 시장에서 눈에 띄려면 자기 나름대로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프리랜서의 생명은 '자기 브랜드'인 것이다.
포트폴리오 생활은 처음에는 약간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곧 제대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예순의 나이가 되었을 무렵 내 생활은 그 어느 때 못지않게 활동적이고 재미있어졌다. 그렇게 되기까지 오래 기다렸으나 기다릴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생활에 뛰어들어 인내하면서 나름대로의 공식과 포트폴리오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자기가 아닌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을 발견하고 또 자신의 영향력과 특별한 즐거움에 만족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 바란다.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
이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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