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삶
'선생님, 럭셔리한 삶이 뭘까요?‘
'럭셔리한 삶... 나는 소유로 럭셔리를 판단하지 않아.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네.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럭셔리지…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이야깃거리가 없는 사람은 산 게 아니야. 스토리텔링이 럭셔리한 인생을 만들어!‘
버지니아는 어제부터 이틀간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며칠째 읽던 '메모리 코드를 아내에게 인계하고 김지수 기자가 이어령 교수와의 몇 달에 걸친 마지막 인터뷰를 정리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었다. 그래서 종일 비 내리는 토요일이 내게는 호사 (?)가 되었다.
기자는 '곁에 가까이 와서 누운 죽음과 밤마다 팔씨름을 한다는 석학을 붙들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보내고 있는 그의 생각을 헤집어 내고 있었다. 고교시절 안병욱 교수와 함께 하던 그의 강연회에도 가본 일이 있던 나로선 그의 마지막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무거워지는 걸 걱정했는데, 지금은 매일 가벼워지는 게 걱정이야.' 그는 매일 저울에 자신의 몸무게를 달며 남은 시간을 가능해 보 고 있었을까?
나보다 20년 앞서 살다 간 그의 모습은 어찌 보면 다음의 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이 집중되는 걸 느꼈다. 신기하게도 그도 B형 남자란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많은 공감으로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그는 죽음을 어둠의 골짜기가 아닌 15월에 핀 장미처럼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대낮', 그리고 '생의 가장 화려한 한가운 데'라고 말하고 있었다. 암으로 인한 고통 가운데 있으면서도 죽음 따위엔 결코 기죽지 않는 멋스러움이 정말 아름다운 대낮에 활보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가 부르는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