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문을 닫았습니다.

점주가 망했어요.

by 미쓰한

2018년 1월, 최저시급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올랐다.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점포를 여러 개 운영하는 편의점 점주들은 비교적 수익이 안나는 점포 문을 닫았고, 하나의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들도 알바생을 자르고 가족들을 동원하며 인건비를 줄여나갔다. 그 당시 계약기간이 한참 남았고 동원할 가족이 없는 우리는 적자를 내며 본사에 봉사하듯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나의 친언니와 내가 편의점을 오픈한 것은 2017년 봄의 일이었다. 저녁에만 공부방을 운영하는 우리가 투잡으로 편의점을 생각한 것은 단순히 진입장벽이 낮았기 때문이었다.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선택의 폭이 비교적 다양했고, 본사에서 관리를 받으며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꽤 안정적으로 보였다. 물론 힘들 것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얼굴로 날아오는 펀치를 몇 대쯤 맞겠구나 생각하고 링에 올랐다가, 얼굴뿐만 아니라 복부며 팔다리까지 만신창이로 얻어맞은 복서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원룸이 많은 주택단지를 등지고 서울시내로 향하는 버스들이 오가는 이차선 도로변에 우리 편의점이 있었다. 그곳은 집에서 차로 7분이 걸리는 거리였고 그 7분 사이에 4개의 다른 편의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 2개는 우리와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었다. 새 점포가 아니라 기존 점포를 새로운 조건으로 계약하면서 우리는 점주가 되었다. 본사 직원은 가까이 있는 세차장, 배달대행업체, 고깃집을 언급하며 점포를 재정비하고 본격적으로 날이 따뜻해지면 틀림없이 매출이 성장할 것이라고 우리를 설득했다.


그 예측이 틀린 건 아니었다. 편의점의 성수기는 따뜻한 늦봄에서부터 선선한 초가을까지 였다. 날씨가 추워지면서부터는 돈을 벌기보다 버티는 시즌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몰랐고, 당연히 예측하고 있었을 본사에서는 절대 우리에게 그것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본사가 원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운영 노하우가 없었던 우리는 야무지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겨울을 맞이했다. 따뜻한 성수기의 매출이 발 시린 비수기의 적자를 메워줄 만큼이었다면 그렇게 좌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계산대 뒤에서 난로를 '강'으로 틀어봐도 수족냉증을 달고 살았던 그 겨울에, 우리는 실패했다고 순순히 인정해야 했다. 우리는 업종 선택을 단단히 잘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점주가 망했어요!!'라고 실패를 쿨하게 인정한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현실은 아니었다. 계약기간이 명시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그 책임은 무척 무서운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더 무서운 것은 새해가 밝아 오는 것, 그 새해에는 천 원 이상의 시급이 오른다는 것이었다. 12월에는 내가 일한 시간에 대한 시급을 받지 못했고, 1월부터는 아이들을 가르쳐 번 돈으로 편의점 알바생들의 월급을 줬다. 장사가 잘 안돼도 본사는 매일 수금을 해갔고 나라에서는 매달 알바생들이 가져간 돈에 대한 세금까지 모조리 우리 주머니에서 빼갔다.


4월부터는 소리를 지르거나 하소연을 하거나, 그 둘 중 하나가 아니면 본사 직원과 대화를 하지 않았다. 계약 파기에 대한 위약금은 본사의 가장 큰 무기였다. 그때 대기업 앞에서 느꼈던 개인의 무력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그들은 너무나 촘촘했다. 어떤 순간에는 정말 그들이 나쁜 짓을 일삼는 악의 무리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낸 후 두 달을 더 기다려서 9월에 계약을 파기할 수 있었다. 본사는 선심 쓰듯 위약금을 없던 일로 해주고는 300만 원어치의 재고를 우리에게 떠 안겼다. 모든 과정이 지고 있는데도 계속 또 지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딸랑거리는 종이 세 개나 달려있던 유리문을 열고 나와서 우리는 그 편의점과 영영 이별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참 멀어진 뒤에도 이따금씩 편의점과 관련된 세금고지서가 집으로 날아와서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우리는 편의점 문을 닫았지만 사실 그 편의점은 아직도 매일 문을 연다. 새로운 점주가 새로운 조건에 맞는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그 문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점주만 얻어터지는 똑같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과 이제 코로나의 여파까지, 거대한 고통의 부분 중에 따로 떼어놓은 본사의 몫이란 없다. 모두 온전히 점주의 몫이다.


마지막 편의점 근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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