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으로 보낸 작가의 1년
카톡 프로필에 브런치 작가 합격일을 디데이로 표시해두었는데, 오늘 보니 365일이었다. 지난여름 카페 이곳저곳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문장을 다듬고, 두 번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것이 생각이 난다. ('내 글이 왜 탈락이냐고?'라고 약간의 분노를 했던 것도)
지금까지 118편의 글을 발행하고 두 편의 글은 발행 취소를 했다. 매거진은 8개 운영 중이고 브런치 북은 하나 펴냈다. 다른 누구와 비교할 것 없이 나름 뿌듯한 성과이다. 내가 글다운 글을 쓰고 있는지 가끔씩 의심스럽지만, 그보다 더 자주 내 글이 재밌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독서모임 사람들과 '나르시시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멤버 한분이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1부터 10까지의 숫자로 표현해보라고 하셨고, 나는 9 쯤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꽤 높은데요?라고 질문하신 분이 놀라셨다. 그런가?
글 쓰는 사람은 자아도취가 좀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에 대한 글 쓰는 것도 즐겨야 하고 완성된 나의 글 자체를 즐기기도 해야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지 않은가?
글쓰기와 자아도취감은 상호작용을 하기도 한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글을 썼기 때문에 나는 또 빼도 박도 못하고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 간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성장충은 또 자아도취를 해본다..) 그것은 지난 글들을 읽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나 좀 쓰네? 했던 글들도 지금 읽어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365일 뒤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
'나 좀 쓰네?' 하는 감정으로 열심히 쓰고, '와 진짜 엉성했었네?' 하는 느낌을 받을 만큼 성장해야지.
앞으로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