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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반드시 완벽하지 않은 책을 쓸 테다.

미루지 않고 이루는 법

by 미쓰한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늘 독립출판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아직은 써놓은 글도, 필력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몇 번이나 마음을 접곤 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보충해서 만들어야지'라는 말만 계속하다가 '이 대충 써놓은 글들을 유작으로 묶어주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길 판이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완벽한 작품을 기대하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었다. 미천한 나에게서 대작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다. 첫술에 배부르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냐? 완벽주의자도 아니면서 적당히 해라. 나는 나만 잘 타이르면 책을 완성할 수 있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 볼품없게 만들어지더라도 배움은 남잖아!


지난 주말 드디어 독립출판 워크숍에 참여했다. 리더님은 여러 가지 독립출판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하나씩 그 형식을 설명해주셨다. 어떤 것은 여덟 페이지의 작은 팸플릿 모양이었고, 어떤 것은 가내수공업으로 실이 묶어져 있는 스무 페이지 남짓의 얇은 책이었다. 모두 작가가 직접 만들고 출판한 독립출판물이었다. 우리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주려고 리더님이 단단히 무장을 해오셨군.. 하고 생각하며 감사히 그 자신감과 희망을 주워담았다. 완성본은 금세 손에 잡힐 듯 희망적이었다. 인디자인의 간단한 툴을 이용하여 실습하고, 어떤 책을 만들 것인지 마인드맵을 그려보았다. 써놓은 글들을 떠올리면서, 언제나 전공 법을 가장 먼저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브런치 북으로 묶어냈던 나의 망한 연애 대서사를 첫 책으로 만들어 볼 것이다.


그런데 또.. 역시나 책 쓰는 것은 쉽지가 않다. 써놓은 글들을 엮어 책을 내려고 글들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보니, 다시 책이 쉽게 나올 것 같지가 않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몇몇 글감은 아주 갈아엎어야 하지 싶다. 특히 작년에 썼던 글과 최근 글은 느낌의 통일성이 없을 정도로 문체가 달랐다. 작년 글들이 더 형편없으니 어쩌면 내가 발전한 것에 기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들이 눈앞에 뿅 하고 실현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 생각은 써내야 글이 되고 글은 다듬어져야 책이 되겠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다. 아마 올해는 나오겠지, 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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