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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한 Nov 08. 2021

'남자 친구' 찾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지치지말라 자매여

언니가 돌아왔다. 사귀던 남자 친구와 3년 반 만에 헤어지고 솔로 시장에 복귀한 것이다. 내가 남자 친구와 헤어질 때마다 언니는 '솔로 기간 연장'이라며 새로운 사람이나 신나게 만나보라고 억지 축하를 해줬다. 그러나 축하는커녕 언니가 이자카야에 앉아 질질 짜는 모습을 보니 숱한 내 이별들이 생각나서 나 또한 눈물을 짜냈다. 나도 언니가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당사자인 언니는 어땠겠는가. 이별의 징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설마설마하는 마음과 함께이기 때문에 이별은 대체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깊어진 정만큼이나 아픈 일이었다.


언니는 그 사람을 소개팅 어플에서 만났다. 나의 수많은 틴더남 스토리의 시초 같은 역할이 바로 우리 언니였다. 어쩌면 성공신화가 되었을뻔한 그들의 이야기는 수많은 이별들 중 하나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맞는 사람 찾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라는 진부한 진리를 또 한 번 뇌까리게 하면서.


이별의 이유는 그 사람이 무능했기 때문이었다. 회계사였고 한남동에 살았던 그 사람은 무능했다. 그 사람 집안에서 우리 언니를 반대할 때 어떤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손 놓고 바라보며 유능한 우리 언니에게 상처를 줬으니까. 우리 언니는 유능하게 그 사람에게 공감을 해주었고 기다려 주었는데도 말이다. 그 힘든 시간들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상황은 반복되었고 결국 언니는 그 사람에게 이별을 말했다. 물론 이별은 쌍방과실이니까 인내심을 발휘하는데 너무 유능했던 것도 분명 언니 잘못이었을 것이다.


헤어지던 날 언니는 마지막으로 그 사람의 손을 잡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같은 날 언니는 나를 만나서 맥주잔을 잡고 또 코가 빨개지도록 울었다. 이별은 마음속에서 장례를 치르는 일과 같다. 모두가 우는 건 아니지만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죽어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사랑했던 사람이 이제 이 세상에 없다. 단명했지만 그 정도면 호상이지 않냐고 나는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위로를 해주었다.


며칠 전 언니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러 성수동에 갔다. 그날 나도 볼일이 있어서 언니와 차를 나눠 타고 함께 강변북로를 달렸다. 다행히 우리는 퇴근시간을 피해 안정적으로 속도를 내며 달렸다. 언니는 좌측에 한남동이 나오자 진절머리를 쳤다. 나도 강남역 6번 출구만 보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이별의 감정은 한동안 마음에 남아서 속앓이를 하게 하는데, 그래도 이게 다행인 것은 나쁜 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이어트 중에 제일은 마음고생 다이어트라서, 언니는 3킬로나 빠지고 새 사람을 만나러 가는 옷차림이 꽤나 산뜻해 보였다.


벌써 세 번째 데이트라고 했다. 괜찮은 사람 같냐고 묻는 질문에 언니는 미간을 찌푸렸다. "잘 모르겠고, 그냥 또 누군가 찾기도 귀찮아" 나는 언니의 어깨를 찰싹 내리쳤다. 남자 외모는 정말 중요하지 않은 우리 언니가 (언니 전남친보고 정말 까암짝 놀랐다.) 성격도 그냥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니... 이건 진짜 경계해야 할 마음가짐이다. 괜찮은지 어쩐지 지켜보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마음에 안 드는데도 그냥 귀찮아서 안주하고 싶은 마음. 대충 맞추려는 그 마음은 괴롭기만 하고 시간 낭비만 하다가 결국 '역시 안 맞는구나' 확인하고 돌아서기 십상이 아닌가. 물론 언니도 알 것이다. 알고 있지만 마음이 지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으이구~ 알면서~ 힘을 내야지!!


나는 '눈이 높은 게 아니냐'는 질문이 정말 싫다. 자세히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나쁘다. 그것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냐고 묻거나, 혹은 분수에 안 맞게 높은 곳을 올려다보는 게 아니냐는 말과 같은 표현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대해 타협할 수 없을 정도로 혹은 타협하지 말아야 할 정도로 각자의 인생은 중요하다.(타협이 된다면 그것 또한 그 사람의 기준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솔로 기간 연장이 점점 지치고 힘든 구인 기간이 되어간다. (티오는 한 명밖에 없는데 어째서 이렇게 그 한 명 채우기가 힘든지..) '찾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라고 몇 번을 더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치지 않으면 좋겠다. 피붙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언니 정말 유능하고 훌륭하고 괜찮은 사람이란 말이다. 아니 아니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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