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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한 May 08. 2023

엄마의 카네이션 가격

오천원짜리 화분

가정의 달 5월은 나이가 들자, 돈 쓰는 달 5월이 되었다. 다행히 자식은 없어서 어린이날은 수월하게 넘어가지만 내리사랑에 보답해야 하는 어버이날이 월초에 자리하고 있다. 나는 엄마아빠에게 얹혀사느라 매달 생활비를 내고 있는데, 목적과 의미가 다른데도 같은 곳에(?) 두 배의 지출이 생긴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현금이 최고라는 말은 우리 집에서 진리로 통한다. 나는 쓸모를 불문하고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는 것을 꽤 좋아한다. 작년에는 생일선물로 필로우 미스트를 받았는데, 향수도 잘 쓰지 않다가 자기 전에 베개에 향기로운 미스트를 뿌리기 시작하니까 왠지 유명 여배우가 된 느낌이었다. 투명하고 영롱한 문진을 받은 적도 있다. 최근 공부를 시작하며 책 읽을 기회가 없지만, 그래도 책장 앞에 놓인 문진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앞서 말한 진리대로 엄마는 늘 현금을 더 원하시는 것 같았다. 선물을 몇 번 환불해 보고 나면 모두가 진리를 따르게 되어있다.


아무리 그래도 현금만 덜렁 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몇 해간 어버이날을 코앞에 두고 카네이션을 샀더니 인플레이션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올해는 미리 준비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꽃다발보다는 화분에 심어진, 봉우리가 덜 피어난 카네이션을 사서 5월 내내 두고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와 나는 다이소에서 오천 원짜리 화분을 샀고, ‘효도복권’이라고 적힌 장난스러운 뽑기 종이도 하나 사 왔다. 그리고 용돈과 더불어, 꽃다발에 드는 비용을 아껴서 복권당첨금도 만들어 두었다. 우리 집에는 그래서 4월 말부터 카이네이션이 피었다.


엄마는 카네이션 화분을 잘 키워보겠노라고, 꽃이 피는 5월 첫 주 내내 기뻐하셨다. 사실 엄마가 기쁘고 즐거웠던 이유는 좀 독특한 것이었다. 우리가 화분을 사놓은 뒤로 어버이날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 멋지고 화려한 카네이션들이 동네 꽃집과 길거리 노점상을 채워갔다.

“여기 앞에 꽃집에서는 작은 화분 하나에 만원이라더라~ 너희는 오천 원에 샀댔지?”


우리가 저렴하게 화분을 사 왔다는 것. 그것은 엄마에게 아주 중요한 기쁨이었다. 그래서 살마음도 없고 살이유도 없는 카네이션 가격을 슬그머니 물어보며 다닌 것이다. 나는 그것이 재밌어서 화분을 보면 어이없는 웃음이 자꾸 나왔다. 엄마는 길거리에 있는 카네이션을 보며 ‘오천 원을 벌었다’고 생각할 테지? 본인 돈으로 산 카네이션도 아니고, 실제로 번 것은 더더욱 아닌데도, 엄마의 계산법은 대체로 그렇다.


효도복권의 1,2등은 다 엄마에게로 돌아갔다. 용돈에 얹어서 당첨까지 되었으니, 엄마 기분이 째지겠다고? 글쎄. 엄마의 계산법이라면 ‘진짜 복권’에 당첨되야만 진짜 돈을 버는 거니까. 아마 날아갈 듯 기분이 좋은 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엄마는 기분 좋게 아빠와 당첨금을 나눠 가졌다.


오늘 어버이날 때맞춰 카네이션 꽃봉오리가 모두 피었다. 엄마의 가격비교도 오늘부로 끝이다.


재롱잔치 10분?? 다이소 효도복권에 가족모두 깔깔깔 웃었다.
진짜 복권은 꽝...
화려한 꽃다발보다 더 예쁘게 잘피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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