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아파트인 줄 알았는데 고시원이었어

좋은 집 구하기와 좋은 남자 구하기

by 미쓰한

지난봄에 한 살 어린 남자를 만났고 우리는 아주 짧은 연애를 했다. 추리소설을 거꾸로 읽어야만 명확히 복선이 보이듯 내 연애도 늘 그랬다. 왜 이렇게 지나고 나야지만 "그래 그때 알아봤어야지." 하는 걸까? 그 복선들 중 하나는 사귄 지 일주일 만에 나누었던 대화 속에도 있었다.


그런 말이 있잖아. 연애하면, 남자는 마음속에 여러 개의 방에서 하나만 여자에게 내어주고, 여자는 마음 전체를 다 내어준다고.” 내가 말했다.


내 말의 의도는 '너도 그래?' 라기보다는 사람 마음을 정말 그런 식으로 표현해도 되는 것인지 였다. 사랑이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연애방식까지 여자는 이렇다 남자는 저렇다 규정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궁금했다.


나도 그래”라고 그는 대답했다.


그 순간 나는 창문도 하나 없고 층고도 낮은 작은 방으로 기어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결국 나는 금세 방을 뺐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꽤 많은 방을 보러 다녔다. 스물한 살에 호주에 잠깐 있을 때는 세 번 이사를 하며 방을 보러 다녔다. 시드니에 어떤 방을 보러 갔을 때는 동양인인 나를 못마땅해하는 눈치라서 기분이 상한 적도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독립할 일이 없었으나, 공부방을 시작하면서 방을 보러 다녔다. 애들이 왔다 갔다 하기에 공부방은 역시 1층이 좋았다.


그 뒤로는 에어비앤비를 시작한다고 또 방을 보러 다녔다. 작은 원룸에서 시작했고, 방을 하나 늘렸고, 이사를 두 번 했다. 때문에 역 근처에 있는 여러 부동산에 다니며 열심히 방을 보러 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내 이력을 토대로 좋은 방 구하는 방법을 소개해보겠다.

1. 집주인의 경제력을 보자.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 예를 들어 집에 저당권이 설정되어있고 경매에 넘어간다면 보증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부동산에서 주택임대차 보호법이 있다고 말하는 것에 넘어가지 말자. 복잡한 곳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다.

2. 가짜 집주인을 조심해라.
전세거래 피해사례 중 가장 흔한 것이 가짜 집주인이 전세계약금을 가로채는 사례이다.

3. 집 상태를 꼼꼼히 보자.
당연한 말이지만 집안 구석구석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없다면 체크리스트를 뽑아서 들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창문 : 남향, 방범창, 방음, 냉온방
-수압 : 부엌과 화장실, 변기 물 체크
-빌트인 가구, 내부 옵션 : 공간 활용
-담배냄새
-곰팡이, 해충

4. 좋은 부동산을 선택하자.
좋은 부동산에서 좋은 집주인을 만난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꼼꼼하고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입자가 원하는 조건을 제시할 때 중간에서 부드럽게 조율할 줄 아는 부동산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내 경험상 좋은 방을 구하는 것은 비교적 가이드라인이 확실하고 이것들만 지킨다면 후회가 적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연애 상대를 구하는 것은 어떤가?


남들이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에 맞춰 (1. 남자의 경제력을 보자. 2. 가짜 젠틀맨을 조심해라. 3. 남자 상태를 꼼꼼히 보자. 4. 좋은 주선자를 선택하자.) 남자를 만나봐도 진짜 나한테 맞는 사람이 아닌 경우가 허다했다. 아마 부동산으로 방을 보러 다닌 횟수보다 소개팅한 횟수가 더 많을 텐데도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방 구하기와 마음 구하기는 아주 별개의 일이기 때문일 거다. 이상한 비유법을 쓰는 멍청한 연애 조언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내 마음의 방부터 잘 건사해야겠다. 누군가의 좁은 마음의 방에 홀로 갇히는 일이 없도록.

작가의 이전글생각하는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