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을 버리는 법, 행운을 만드는 법

브런치 합격, 운빨의 비밀

by 미쓰한

어느 날 N이 인스타에 올린 내 글을 보고 카톡을 보내왔다.


미쓰한, 네가 쓴 글은 뭔가 여기저기서 본글을 짜깁기해놓은 글이야. 네가 책을 낼게 아니라면 상관없지만 책을 쓸 거면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글을 좀 써봐.


새로운 지평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평소에 책도 안 읽으면서 묻지도 않는 상대에게 평가질 하는 것은 무슨 악취미인가.

카톡을 읽자마자 이렇게 생각한 것이 사실이었다.


나와 동창이었던 N은 최근 들어 동창모임을 하며 연락하게 된 사이인데 가끔씩 사람을 기빨리게 한다. 둘이 만나면 그녀가 토크 지분의 80%를 차지하는데 그나마도 전부 남들을 평가하고 욕하는데 쓴다. 회사 사람들을 욕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직장인의 비애 같은 것이 있을 테니..) 본인 친구들에 대한 욕도 대단히 구체적으로 오랫동안 한다.


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 친구 부모님에 대해 독하게 생겼다는 둥, 아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보기 불편하다는 둥, 어이없는 소리를 길게 하길래 답장을 안 했다.


또 언젠가 연락이 와서는 남자 친구의 친구들과 커플 모임을 했는데, 그 모임에서 여자애들이 아주 싹수가 없다며 장문의 카톡을 보내기에 ‘이해를 못하겠다’라고 한마디 답장을 보내고 내버려 두었다.


어디 가서 내 욕을 하고 다닐 것이 분명한 그녀에게서 내 글에 대한 카톡이 왔을 때도 나는 화를 내지 않고 ‘그래 내가 새로운 지평을 한번 열어 보겠노라’고 답하고 말았다. 내 기분을 억누르고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를 포기한다는 결심이다.


안녕. 나는 이제 너라는 불운과는 멀어질 것이다.


나는 운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사람’을 통해 오고 간다고 믿는다. 특히나 주변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는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 두 번이나 떨어지고 내 글을 혹독하게 평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비판하는지 납득도 가지 않는) N과 같은 사람을 계속 내 주변에 두었다면 나는 글쓰기에서 손을 떼 버렸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고 인터넷에서 한 번에 합격했다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나는 좌절감과 함께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들과는 달리 나에게는 재능과 운이 모두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도 역시 나는 ‘사람’으로 내 운을 뒤집었다고 믿는다. 인터넷에서 ‘브런치 작가 신청 합격하는 법’을 끌어모아 읽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만나서 정확히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강의를 통해 브런치에서 활약 중이신 스테르담 작가님을 만났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일단 소설로 지원하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 (나로선 그것이 가장 중요한 깨달음) 그동안 써왔던 에세이 세 개를 지원서에 넣었다. 자기소개와 글쓰기 계획에 관해서는 단편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 조언을 바탕으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계획서를 적어냈다. 그리고 이틀 뒤에 바로 합격을 받았다.


작가님을 만난 행운은 그 영향력이 단지 합격에서 끝나지 않았다. 목표(출판)와 목적(글쓰기)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은 나의 좁은 생각을 넓혀주셨다. 빨리 책 한권만 내면 내 꿈을 이룰 것만 같았던 근시안적인 글쓰기 태도는 사라졌다.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즐겁게 글을 쓰는 것만이 가장 좋은 글쓰기 방법이자 가장 빠르게 좋은 책을 내는 방법이라는 것을 배웠다.


스테르담 글쓰기 라운지에 모인 작가님들 역시 나에게는 모두 행운의 존재이다. 한 번도 만나본적 없지만 함께 쓰고 있음을 상기시켜주고 서로 응원하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행운을 느낀다.


글을 쓸 때마다 너무 의미가 없는 글을 아닌지, 유치하지는 않은지,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휘갈겨 쓴 건 아닌지, 늘 자기 검열하기 바쁜 나에게 ‘꾸준히 쓰는 것만으로도 잘한 일’이라고 말씀해주시는 이 모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때문에 나도 누군가에게 꼭 행운으로 다가가야지, 좋은 영향력이 되어야지, 그리고 결국 좋은 글을 써야지, 이런 야무진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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