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나의 격차
방송에서 김영하 작가가 추천한 책을 꾸역꾸역 읽고 (절반은 이해 못 한 채) 독서모임에 나갔던 날이었다. 그때는 연말이 가까운 시기였고 어느 눈빛이 그윽한 남자분이 올해 최고의 책이었다며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추천했다.
그가 포르투갈 포르토를 방문해서 그 책을 알게 되었다고 했을 때 모임 사람들은 저마다 포르토의 아름다운 전경에 대해 한 마디씩 했다. 나는 포르토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곳의 아주 오래된 한 서점에서 매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그 책을 그는 입국하자마자 주문해서 읽었다고 했다. 그의 책은 모서리가 무수히 접혀있었다. 그는 좋았던 부분을 접어놓은 거라 말했다.
나도 그날 집에 가는 길에 그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 읽지 못한 채 몇 년간 내 책장에 안 읽어서 불안한 ‘불안의 책’으로 꽂혀있다.
나는 김영하와 나의 격차를 생각한다. 그 눈빛이 그윽했던 남자분과 나의 격차를 생각한다.
다른 이들이 깊이 이해하고 즐겁게 읽는 것들을 나는 해내지 못했다는 불안감. 다들 포르토의 아름다운 석양을 구경하고 멋진 풍경 속에서 포르토 와인을 즐겼지만 나는 결코 그곳에 발을 들여본 적이 없다는 사실.
물론 그것은 불안에 떨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모두가 칭송하는 작품들 중에서도 나는 이해할 수 없고 집어치우고픈 책들이 더러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불안감을 잘 이용하고 노력하면 그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단 1cm라도. 그렇게 하다보면 나도 결국 정말 포르토에 당도하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