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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한 Oct 25. 2020

BC(비포 코로나) 1세기의 여행자들

그리운 코로나 이전의 여행

지금은 코로나 시대


이 세상이 코로나를 겪은 지 얼마나 되었나 생각해보면, 체감상 수년이 지난 것과 달리 일 년도 안되었다는 것에 깜짝 놀란다. 우리에게서 많은 것들을 앗아가서인지 그 세월이 너무나 길었고,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한창 진행 중이라니 정말 울고만 싶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에 대해 무엇이 제일 그립겠느냐 묻는다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해외여행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낯선 곳으로 날아가서 이국적인 풍경과 음식을 즐기며 행복한 휴가를 보내곤 했다. 이 망할 코로나 이전 세상에서는 말이다.


모두 코로나가 끝나도 전처럼 여행을 즐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거리두기는 지속될 것이고 낯선이들 다수와 접촉하는 어떤 것도 여행에서 쉽게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게스트하우스나 클럽은 사라지게 될까? 나 아직 이비자섬 클럽투어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우리는 떠나고 싶다.


2020년 상반기에 국내 항공권 검색량이 62%가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급변하는 코로나 확산 추세 때문에 여행 계획과 예약을 미리 하는 사람은 적고,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정부가 권고하는 수준으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있지만 방역 조치라는 것이 사람들의 여행 욕구 자체를 꺾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시대의 여행


나 역시 여름에는 속초에서, 가을에는 경주와 거제에서 짧은 휴가를 보냈다.


평창올림픽 이후로 강릉과 속초가 소위 말해, 핫해졌다는 것을 듣기는 했으나, 찾아가 보니 더욱 놀라운 수준이었다. 동남아가 그리운 사람들은 한여름의 속초에 가라!라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그곳에서도 코로나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입구마다 체온 체크를 하고 방역수칙을 지켜서 입장해야 했지만)


속초의 서피비치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모래 위에서 춤을 췄다. 코로나 시대의 사람으로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과 싸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나로선 후자가 더 강력했다.


경주에 갈 때는 KTX를 타고 갔다. 방역이 어찌나 철저한지 기차에서 즐기는 삶은 계란이나 맥주 같은 것은 그림의 떡이었고, 동행인과 옆자리에도 않을 수 없었으며 (창가 한 자리씩만 예약과 착석이 가능했다.) 통화를 해야 할 때는 좌석 칸 밖으로 나가야 했다. 운전을 하지 않고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비행기에서의 방역은 퍼석한 것이었다. 거제를 갈 때는 김해공항을 이용했다. 마스크를 의무로 착용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비행기 탑승전에 온도를 체크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기내에서 맥주를 2천 원에 할인 판매하고 있으니 많은 이용 바란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나는 고개를 갸웃뚱 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여행이 너무나 그립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 해외에 가지 못하는 여행객들을 흡수하면서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멋진 곳들이 국내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발리에서나 볼법한 풀빌라들도 전국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점점 프라이빗하고 고급화된 장소들이 늘어나고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이다. 사람들은 이제 이렇게 안심을 돈 주고 산다.



그래도 여전히 그리운 BC (Before COVID19)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해외여행을 대체할만한 여가활동을 우리는 찾아 나서고, 결국 찾아내기도 하지만, 역시나 코로나 이전의 여행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쥐가 뛰어다니던 방콕의 카오산로드, 그곳에서 뚱뚱한 아저씨가 즉석에서 (마스크도 없이!!) 볶아주던 팟타이... 다시 먹을 수 있을까?

그런 팟타이가 다시 존재할 수 있을까? 혹은 그 팟타이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이중적인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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