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의 아픔과 홀로 싸워보는 습관
일곱 번째 이야기
'감기를 이미 다 앓고 오셨네.'
2024년 연말부터 25년 새해 첫 주가 다 가는 동안 나는 무식할 정도로 혼자서만 두 가지의 문제를 끌어안은 채 끙끙 앓았다. 하나는 가족과 관련된 문제였는데, 사실 그 문제 자체는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라 별달리 갱신된 일은 없었으나 나의 우울감이 그 문제를 전폭적으로 끌어안아 버린 게 문제였다. 그렇게 가족의 건강과 관련하여 영원한 미해결과제일 것만 같은 문제의 모든 역사들은 내 우울감으로 인해 뇌에 반복해서 쩌렁쩌렁한 느낌으로 맴돌았고, 그건 곧장 무서울 정도의 무력감까지도 같이 불러들여 삼일 정도를 생기 하나 없이 누워 앓게 되었다.
남은 하나의 문제는 감기였다. 그렇게 정신이 쇠약해지니 몸도 같이 따라가는 건지 아무리 종합감기약을 목에 때려 넣듯 부어도 도무지 낫질 않았다. 다행히도 무기력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소강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틀정도 누워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었다. 그렇게 정신의 감기인 우울감과 진짜 몸이 앓는 감기가 일주일이 지나자 잡힐락 말락 하는 시점이 되었고, 그때가 되어서야 기력을 쥐어 짜내 방문한 단골 이비인후과의 의사분께서, 글 서두에 적힌 저 말을 나에게 해주신 거다.
병을 키워서 왔네. 독감도 아니고 3일만 약 먹으면 나을 거예요. 이미 감기를 다 앓고 왔구만.
저 말을 들었을 때에는 왜 이렇게까지 '다 앓고 왔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아마도 그건 정신의 감기와 진짜 감기가 겹쳐 거대한 소용돌이가 된 아픔과 나와의 고독했던 싸움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말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해 초부터 감기를 홀로 지겹게 앓고 난 지금은, 말도 잘하시지만 약은 더 잘 지어주시는 그 의사분의 처방덕에 기침도 열도 멎은 상태다. 이런 상태가 되고 나니 이전보다 더욱더 강하게 드는 생각 하나가 있다.
역시 나의 개인적인 마음의 아픔은 나 혼자 직면해서 대판 싸워야만 어떻게든 결론이 난다는 것. 그리고 이런 경험이 더 쌓일수록, 이번 새해처럼 빠르게 내가 이기는 판국이 되지 않고 내가 직면해야 할 아픔의 덩치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끝에 끝까지 그 마음의 아픔을 다 앓고 나서 병원을 찾는 선택을 해야, 마음이 개운해질 수 있다는 것.
그래도 갈수록 나이 들어 약해져 가는 내 몸을 생각하면, 몸의 아픔은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가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글의 말미에서 급작스레 들기는 한다. 그래도 어찌 됐든, 25년 1월은 내 몸과 마음의 아픔부터 잡고 시작할 수 있게 되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