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내 병이 꼭 곰팡이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방심할 틈도 없이 자라나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결국 가장 가장 깊숙한 안까지 썩어나게 하는 곰팡이 말이다.
병의 양상 또한 곰팡이처럼 온몸을 퍼져나가고 있어 겉으로 보기에도 썩 보기 좋지 않았는데,
이 곰팡이 같은 점과 종양들은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해 내 마음까지도 좀먹기 시작했다.
그런 날이면 밖에도 나가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울거나, 잠만 자거나
머릿속을 비워내기 위해 봤던 영화 드라마를 수십 번씩 보고 또 보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게 다였다.
그러다 음식에 곰팡이가 생기면 도려내거나 그 자체를 다 버려야 하듯이
언젠가 곰팡이가 나를 잠식해 버린다면
이런 썩어버린 마음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인생이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해가 되면 부패하고, 득이 되면 발효가 되는 곰팡이처럼 평생 안고 살아야 할 병이라면, 부패한 곰팡이처럼 느끼다 버려지는 삶이라면,
좋은 발효과정을 거쳐 고급 치즈가 되는 삶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를 발효시켜 고급 치즈로 재탄생시키기로 했다.
그날로 내 삶은 고급 치즈가 되는 발효과정을 거치고 있다.
물론 아직 치즈가 되지 못하고 발효과정을 거치고 있는 지금의 내 삶은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곰팡이에 마음이 잠식되는 날이면, 부패와 발효의 과정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기도 하고
침대 위에서 온종일 누워있는 날도 있다.
그래도 다음 날이 되면 꿉꿉해진 내 몸과 마음을 일으켜 햇볕을 피해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숨을 쉬기도 하고
바람이 좋은 날에는 밖으로 나가 달리기를 하며 온몸 가득 바람을 채우기도 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내 곰팡이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를 찾아가 발효의 양상을 면밀히 살피기도 하고
발효과정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건 아닌지 상담하기도 한다. 부패할 것 같은 곰팡이들은 수술을 통해 미리 없애버리기도 한다.
물론 고급 치즈가 가는 길이다 보니 수많은 사공이 동반되기는 한다.
곧바로 치즈를 만들어 주는 곳으로 가라는 사람도 있고, 표면을 반짝반짝 빛나게 관리를 해주는 곳에 가보기라도 한다.
그런 말들이 길어지는 날이면 홀로 견디고 있는 발효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고급 치즈가 되는 내 삶은 결코 외롭지 않고 한적한 삶이 될 것이다.
그러다 그 누구보다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날, 기나긴 발효과정이 끝나고 고급 치즈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