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by 김치즈


최대한 남의 눈에 안 띄며 빠르게 내 갈 길을 가자는 것이 나의 신조지만

무슨 영문인지 나는 길거리 도인들의 레이더망에 자주 포착돼

그들이 준비한 설문 조사는 물론 강제로 은혜를 베풀어야 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날도 자신들은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인데,

설문 조사를 해달라는 빤한 레퍼토리로 시작됐다.


기나긴 이야기의 결론은 결국 조상님에게 치성을 드려야 나의 불운을 풀 수 있다는 것인데

그들이 말하길 이미 나에게 노한 조상님들에게 제사를 지내야 내 앞길도 창창하고

안 좋은 피부도 말끔해질 거라는 거다.


오 마이 갓!


현대의학으로도 풀지 못했던 내 난치병의 비밀이

겨우 조상님께 치성을 드리지 않아서였다니.


이건 소위 말하는 탈룰라 아닌가?

비록 꿈에 나와 로또 번호를 점지해 달라는 조상님들을 향한 나의 바람은 늘 빗나가지만 우리 조상님들이 그럴 리 없다고!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길거리 도인들은 물론 믿음이 깊으신 분들의 눈에도

나의 불운은 너무 잘 보이는지 이들의 타깃은 항상 겉으로 온전치 못한 나의 피부가 된다.


그들이 말하길, 지금은 내가 믿음이 없어 신의 벌을 받은 거고,

이제라도 기도를 하고 깊은 믿음이 있어야 신이 내 피부를 고쳐준다는 거다.


정말 그렇다면 신이라고 하기엔 너무 속 좁은 신이 아닌가?


절대 신이라는 존재가 겨우 자기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이런 고치지도 못하는 질병을 나 같은 일개 인간에게 줬다는 게 말이 되나! 게다가 이건 단순 피부병이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풀지 못하는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생긴 병이라고! 그들 귀에 대고 속 시원하게 외치고 이 병에 관해 이해할 때까지 줄줄이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렇게 길거리 도인들로 인해 내 삶에서 신과 믿음이라는 단어는 점점 멀어지게 됐다.

물론 내 병이 기도 하나로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은 게 큰 이유기도 하다.


물론 나도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으니, 이 숙취를 해결해 달라거나

스트레스 해결을 위해 마구 먹어댄 매운맛의 심판을 받는 날에는

불손하게도 화장실에 앉아 신에게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길거리 도인들로 인해

내 마음에 또 하나의 돌이 얹히는 날에는 저절로 이 소리가 나온다.


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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