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8일

by yyoung

A.

머리가 복잡할 땐 글을 쓴다

사실 늘 하던 거라 별 변화는 없다

사실 딱히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이라기 보단 배설에 가깝고

배설보다는 정리정돈에 가깝다

하지만 정리정돈의 형태를 띠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해서

음.. 그냥 덩어리

몇 개의 문단으로 나뉘어지고 또 이루어진 덩어리를

나열해 내는 것과 같다..


일기도 비슷하게 쓴다..

난 참 창의력과 개발의지가 없는 인간이어서

초등학교때도 일기를 쓰라고 하면 그날 한 일을 줄줄 -시간 흐름을 무시한 채 떠오르는 대로-쓰고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책 내용을 줄줄 요약했었는데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도 존나 한결같음

논하라, 평하라, 의견을 말하라 따위의 명령에 답하는 일이 가장 괴롭다

의견 표출 같은 것은 전부 비언어적 표현에 의존하고

안전하고 뻔한 것들만 말으로 글로 옮기면서 안락하게 정체되어 있고 싶다..

라기엔 이미 그렇게 살아옴


B.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잘한 생활습관을 고치면서 보내고 있다

아주 자잘한 것들

이를테면 전등 불을 끄기, 휴지를 아끼기, 음식을 남기지 않기,

아침에 눈을 뜨면 스트레칭을 하기, 술을 괜히 먹지 않기, 핸드크림을 바르기,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리기, 가볍게 생각하기, 열 보호 크림을 잘 바르기,

얼굴에 난 뾰루지나 여드름에 손 대지 않기, 선크림 잘 바르기,

합리라는 미명에 매몰되지 말고 온전한 선택과 경험을 하기,

커피를 먹기 전 디카페인 커피나 차를 고르는 건 어떤지 판하기 위해 잠시 멈추기 같은 것들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무수한 시간 통제 불능으로 살아온 나에겐 아주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이미 많은 것들을 고쳤고, 이제는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지구력을 기르는 단계인지도 모른다

시간 운용이 잔인하리만치 자유로울 때만 추구할 수 있는 어떤 매니악한 디테일보다는

시간의 흐름이 어떻든 나의 생활이 어떤 모습이든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습관을 가지고 싶다


C.

가장 기쁜 것은

결벽이 조금은 완화되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잠들기 전에 손끝이 책상에 조금 스쳤다고

알콜스왑으로 손끝을 벅벅 닥거나

다시 옷을 주워 입고 나가서 손을 닦는 일은 없다

물론 결벽증세는 그때 그때의 상태와 같은 것이어서

견딜 수 없는 날도 있고

또 참을 수 없는 날도 있겠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긍정적이다


아빠에게, 오빠에게 화를 내는 일이 극단적으로 줄었고

이를테면 아빠가 수건을 개어둔 날에

’완벽하게 깨끗한 상태가 아니면 안 한거다‘라는 편집증적인 발언을 하는 대신

아빠가 그걸 해 뒀다는 자체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


D.

그런데 열받는 점은

겨우 결벽이 가라앉으려 하는 와중에

사람들이 손을 안 씻는 장면을 너무 많이 보게 되는 것

동네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나흘 동안 화장실에 갔다가 손을 씻는 사람을 단 한 명 봤다

단 한 명..

그 손으로 책장도 넘기고 문고리도 잡고 컴퓨터도 쓰고

정말 열받는다

전철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손 안 씻는 사람 진짜 많다.....................


E. 불안한가? (O)

건강한가? (O)

그럼 됐나?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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