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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걱정 많은 아저씨 Jan 03. 2023

고기, 그 즐거움

나도 좋아. 고기.

 고기를 먹는 것은 참으로 즐겁다.

일단 맛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한 번에 많이 들어오기 때문인가?

아니면, 문화적, 정서적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인가?

결과적으로 고기는 축제에 먹는 음식, 귀한 자리에 준비되어야 하는 식재료, 다양한 문화적 상징성까지 가지고 있다.

 게다가 요리, 그리고 조리를 한다는 것에 동물성 식재료를 뺀다는 것은 정말 절대적인 제약이다.

조리를 한다는 즐거움에서 동물성 식재료를 제외한다면, 치즈, 우유, 계란, 고기, 치킨 모두 버려서 그 기본축이 송두리째 변해야 한다.

 내 나이 20대 군대도 힘든데, 취사병을 했다. 매일 3번씩 350명에게 제공할 조식, 중식, 석식을 조리해야 했는데, 군인들이 밥 먹다가 제일 욕 많이 할 때가 고기배식이 떨어지거나, 양념에 쓸 설탕이 없어서 단 맛이 줄어들 때였다. 원초적인 욕망이 통제되는 곳에서, 익숙한 맛, 먹는 즐거움마져 충족되지 못하니까, 그래서 그때 군인아저씨들은 욕을 씨x씨x 하곤 했나부다.

 그뿐이랴, 가끔 조리하다가, 식재료 한두 개가 빠지면, 깜짝 놀라고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저 위의 모든 식재료들을 빼버린다는 건... 음.. 총체적 난국이다.

 내 살던 터전이 아니라, 난생처음 보는 남의 나라에 가서 조리와 식사에 불편함을 겪는 것, 그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래된 편안함, 익숙한 즐거움에 한번 고민을 하고, 뭐라도 해봐야 할 때가 된 거 같다.

동물이 불쌍해서, 환경이 오염돼서, 돈이 많이 들어서, 내 건강을 위해서, 이유는 다양하다. 그동안 이런 육식이 야기하는 다양한 피해들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제 시도해볼 만한 여건이 조성된 것 같다.

먹고살기 힘들고, 일하기도 힘들고, 살면서 해야 할 일이 무지 많아서 굳이 '비건'까지 찾아가면서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치, "건강해지고 싶어? 그러면 매일아침 42.195km 조깅해, 넌 멋있어질 거야."라고 하는 느낌? 이런 친구가 있다면, 난 그 친구를 쥐어 팼을 것이다. 그걸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도시에 살아도, 주어진 재료들만 구입해야 한다는 제약은 많이 낮아졌고, 동물성 식재료를 대체할 여러 대체재들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기 때문이다.


요즘엔, 기쁘고 귀한 날, 고기대신 즐길만한 좋은 식물성 재료들도 많고, 그런 근사한 날, 굳이 고기를 준비하지 않아도,  마음을 이해해줄 인생의 동료와 선배, 후배들도 있다.


그래서 이제, 고기가 주는 불편한 즐거움약간의 거리를 두고, 새로운 즐거움을 하나씩 찾아보려고 한다.


고기는 맛있다.

고기 먹고, 술 마실 때, 즐거운 거, 나도 안다.


고기는 즐겁지만, 그래도.. 오래된 고기 말고, 좀 더 새롭고 유익한 즐거움을 찾아보자.


 남들 말고, 환경 말고, 무엇보다 삶, 내 기쁨의 다양성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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