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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걱정 많은 아저씨 Jan 31. 2023

지혜를 주소서

비건, 조금씩 제대로 해보자. 

 일단 비건은 동물성 음식, 동물의 모유와 기름을 식품으로 한 것을 피하고, 동물에 위해를 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화장품, 영양제, 의류 등을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 봤다.      


 육류 소비를 안 하는 날을 정하거나, 육류가 구성으로 들어가 있는 음식에서 육류를 대체할 식재료를 고민하고 대신해 보는 것 정도인 거 같다. 음 이 정도면 되나….     


 좀 아쉽긴 한데, 뭘 잘 모르겠다. 환경친화적으로 좀 살아보자 할 때는,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는 주변인들에게 관련 실천을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물어보곤 했다.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 타거나 걸어 다녀요.’, ‘일찍 자요.’, ‘적게 사고, 적게 써요.’, ‘텀블러 가지고 다녀요.’, ‘관련한 소소한 기부, 봉사를 해요.’ 음~ 오케이. 이해도 되고 잘 알겠다. 오케이 요정도 수준에서 진행해 보자.      


 위에 나열된 환경 전반 개선은 나 혼자 바꾸기로 맘먹으면 된다. 음~ 하지만, ‘비건 지향’으로 볼 때, 가장 먼저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 ‘식생활’이고. 요 문제는 나와 함께 생활하는, 우리 두 아들들과 내 아내와도 이야기하고 좀 신경을 써봐야 한다. 그리고 절반 이상의 식사를 집 밖에서 하는 만큼, 주변인들도 고려해야 하는데, 친구, 지인들과의 외식은 사적 모임과 공적 모임으로 나눌 수 있고, 공적 모임은 일단 논외로 하고, 사적 모임은 채식이 가능한 음식점들을 나열해 보면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지인들과 시도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일단은 밖에서 하는 혼식에서만 비건하는 법을 연마하도록 하자.      


 현재 바로 뭔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집안으로 다시 돌아와서, 따로 밥상을 차리는 데 아니라면, 굳이 비건 음식이 아니어도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음식들을 자주 먹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 봤다. 이런 음식들로 비빔밥, 카레, 채소류 튀김, 나물 반찬 등등이 먼저 떠올랐고, 미역국, 소고기뭇국, 김치찌개, 어묵탕, 시금칫국과 같은 육수 내느라 해산물 및 고기류를 비교적 낮은 비율로 첨가하는 음식들이 생각났다. 많이는 아니지만, 안 들어가면 허전할 것 같은 음식들…. 요런 것들은 레서피를 조금씩 바꾸면서 시도를 해보자.      


 그리고, 화장품, 비누, 의류, 기타 잡화 생각해 보자. 

 영양제, 화장품, 비누, 세제와 목욕용품 등은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들을 찾아보기, 운동화, 구두, 가방, 지갑, 옷, 이불 등은 가죽, 모피, 털과 같은 동물성 재료들이 사용되지 않은 것들을 디자인과 성분구성을 보고 알아본 후 구입하기.      


 이 정도면 될까?

일단 인간으로 살면서 엄청난 소비와 폐기물을 만들어내며 살고 있으니, 소비를 줄이고 최소화한다는 대전제를 깔고, 그 위에 동물성 제품들을 최대한 걷어내기, 할 수 있는 만큼 시도해 보기. 를 진심으로 해보자. 


 한데, 실천하기에 앞서 고민이 있다. 진짜 비건 상품과 가짜 비건 상품을 구별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 지겹기까지 한 ‘그린워싱’, 그리고 내 20대 초반에 불었던 웰빙 열풍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2천 년대 초반, 웰빙 바람이 분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웰빙의 아이콘은 ‘녹차’였다. 하여 녹차를 여기저기 사용하고, 녹차 성분을 함유하기만 하면, 웰빙 제품으로 홍보하고 인기를 얻곤 했다. 하지만 본질은 ‘녹차가 사람 몸에 좋다’였는데, 여러 회사들은 ‘녹차’를 자신들의 제품에 간단히 덧칠해 다양하게 활용했다.

 진심인 회사든, 겉치레만 부린 회사든 이런 회사들은 늘어만 갔고, 녹차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보성과 제주에는 녹차로 인한 활황이 왔지만, 이런 ‘웰빙’이 남용되고 악용되면서 녹차는 ‘퇴색’되었고 소비자들은 녹차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 많던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커졌던 보성과 제주의 녹차 업계는 무리한 투자 후, 줄어든 소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지역 농가와 진정성 있는 업체들마저 커다란 피해를 보게 됐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고민이 됐다. 웰빙의 시작은 참 좋았던 것 같은데.. ‘웰빙’의 전체적인 쇠퇴와 몰락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닐까?     


 자급자족도 아니고, 물물교환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번 돈으로, 누가 어떻게 만든 건지, 손에 손을 거쳐서 길고 다양한 단계를 지나오는 물건을 사서 쓰는 일개 소비자인 내가, 마케팅의 외피를 넘어 진짜를 알아보고 물건을 사서, 진심인 제품과 생산자에겐 지지를, 포장만 그럴싸한 제품과 사기꾼은 외면해야 하는데, 내가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는 건지, 어설픈 지식으로 나도 모르게 가짜를 지지하며 흡족해하는 건 아닐지 항상 걱정하곤 한다.


 웰빙은 개인적으로 쓰린 기억이지만, 로컬푸드, 유기농 등 다양한 식생활 및 생활방식 관련 트렌드는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잘 뿌리내리는 것들도 있고, 한철 만발하고 져 버리는 것들도 있으니, 이번 ‘비건지향’은 오래도록 지지 않도록 가꿔보자.      


2023년, 3살이고 7살인 우리 아들 둘도 백살이 될 수 있게.


 신이시여, 이를 속지 않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혜를 주소서.




https://youtu.be/ERZyU0bU9Cg


 기준은 '고통'.

납득 가능한 생각?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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