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소가 될까?

나의 가치는 능력과 효율 이상의 무엇?

by 걱정 많은 아저씨

 인간은 소가 될까? _ 최준석


우리가 주요 가축으로 기르는 동물이 3가지 있다. 소, 돼지, 닭. 이들을 집에서 놓고 기르는 이유가 있다면, 닭은 먹이가 까다롭지 않은 잡식성에 기르기 쉬운데, 주기적으로 ‘닭의 알’인 달걀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었다. 돼지의 경우는 닭보다는 까다롭게 돼지우리를 만들어 줘야 하고, 크기도 꽤 크다. 하지만 돼지도 잡식성으로 먹이가 까다롭지 않고, 쉽게 살이 찌면서 고기를 공급해주고, 새끼를 낳는 재생산성이 높아 한 번에 4~6마리의 새끼를 낳아, 필요할 때는 팔아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익함이 있었다. 그리고 소는 농경사회에서 중요한 노동력을 제공해주는 일꾼이었다. 약 15년이 넘는 평생 묵묵히 일해주고, 죽어서는 가죽과 고기를 남기는 정말 아낌없이 나눠주는 고마운 존재. 이런 가축들은 농촌에서 농사짓는 집집마다 구성원으로서, 농경사회에서 보조적인 소득원이자 함께 일하는 동반자였다.

소쟁기질
소발굽 장인


하지만, 1900년대 초반부터 그 주된 역할이 변화하는 계기들이 생겼는데, 먼저 닭을 보면, 미국 델라웨어주의 ‘세실 스틸 여사’라는 분이 있었다. 농촌의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매년 50마리 병아리를 산란계로 키우며 얻게 되는 달걀을 이웃이나 지역 장터에 판매했었다, 1923년에도 병아리를 50마리 주문했는데, 잘못된 주문으로 병아리를 500마리 받게 되고, 10배나 많은 병아리를 산란계가 아닌 육계로 만들어 닭고기를 판매하기로 결심한다. 몇 개월 후, 약 378마리를 육계로 판매한 세실 부인은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1926년에는 1만 마리의 육계를 길러낼 수 있는 ‘계사’를 건설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이 ‘공장식 육계 사육’의 시작이 된다.



돼지는 조금 더 단순한데, 영국에서 덴마크산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가격이 너무 저렴해 이를 조사한 결과, ‘덴마크식 실내 비육장’을 활용한 사육법을 알아낸다. ‘실외’에서 방목하던 돼지들을 ‘실내’에 가두는 것이 핵심인 이 방법은, 돼지의 움직임이 줄고 잠도 더 많이 자, 금방 살이 찌게 되고, 실외의 여러 잡식성 먹이는 섬유질이 포함되지만, 곡물 기반의 사료만 공급받는 실내 사육에선 더더욱 살찌우기가 쉬웠다. 또한, 잘 정돈된 ‘우리’에 가둬두고 바닥은 슬레이트로 만들어 똥오줌이 자동으로 떨어지게 만들어 관리가 편리해지니 노동력까지 절감되어, ‘실내형 돈사’들이 빠르게 보급되었고 이런 돈사들을 본 사람들이 ‘꼭 공장식으로 운영된다(Factory Operation)’고 부른 것이 ‘공장식 축산’이라는 용어의 시작으로 보고 있으며, 영국 정부는 축산장려 정책을 통해 이런 공장식 축산 방법에 지원금을 투입해 더욱 대형화된다.

돼지 사육 _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모돈



소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평생을 농부들과 함께 일하고, 15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지낸 동료로서의 역할과 관계가 닭, 돼지와는 달랐던 것 같다. 조선시대의 문학들에서도 평생을 일해준 소를 고기까지 취하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 소에 대한 애도의 글이 기록되어 있으며, 나 어릴 적 1980년대 후반까지도 시골에서는 농가마다 소를 키우며 낮에는 함께 일하고, 밤이면 농가 한편의 우사에 있는 소에게 여물을 주는 모습을 보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진 인간과 소의 상생 관계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노동력이 무용해지고, ‘소’는 그 ‘고기’와 ‘젖’만 취하면 되는 ‘식품’으로 전락했다. 수백 년 전에는 새벽을 깨워주던 암탉의 울음소리도 이제는 흔해진 ‘시계’가 대신하여 그 ‘몸’과 ‘알’만 쓸모가 있으며, ‘돼지’도 자라나는 단백질 덩어리로 변질된 지 오래다.

경성부 도살장 외부
경성부 도살장 가축 검사


경성부 도살장 도축 장면
경성부 도설장 내장 검사 광경
경성부 도살장 내부



소, 돼지, 닭이 지능과 감정이 있는 생명이라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그 역할이 작아짐에 따라 인간의 일상에서 멀어지고, 그저 ‘식품’으로 치부되는 요즘. AI가 참 일을 잘한다. 나같은 이들의 업무능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결과물을 볼 때, 참 놀랍고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나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생명으로서 이 존엄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나의 고기비율, 나의 무게가 나의 가치가 되는 세상이 오지는 않기를.. 인간이 그 능력과 효율로만 평가되지 않는 이 세상이 존속되기를….



* 첨부된 모든 이미지는 '서울 역사 박물관' 자료들을 선별하여 재정리 함.



http://www.samda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46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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