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암동 거리의 어둡고 외진 골목골목마다 고양이들이 산다. 집에서 길러지다 버림받아 아직 사람을 잘 따르는 몇몇 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기 안쓰러울 정도의 경계심과 두려움 속에 평생을 지낸다. 그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각자의 최후를 맞는다.
저들 딴엔 온몸의 감각을 끌어올려 민활한 은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어설픈 데가 많아 웃음과 연민을 함께 자아낸다. 도시의 깊은 속살까지 점령한 아스팔트와 곳곳에서 번쩍이는 인간의 불빛에 시달리는 사이, 타고난 태곳적 야생성은 희석되고 힘을 잃은지 오래다.
달빛 내리쬐는 밤마다 그들의 울음소리가 유령처럼 빌딩 숲 사이를 떠돈다. 길고 높게 뽑는 가락도 있고, 낮고 위협적으로 쉿쉿대며 끊기는 곡조도 있다. 인간들이 구석구석 차지해버린 땅에서, 오로지 인간의 먹다남긴 음식과 즉흥적인 동정에만 기대어 살아가는 그들의 노래는 어딘가 처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