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코칭 실전편
“엄마 나 지호랑 같은 반 하고 싶어 흑흑…”
아이가 또 울기 시작했다.
며칠째, 잘 가던 유치원 등원 거부가 심해졌다.
작년 친하게 지내던 같은 반 친구랑
분반이 되며 그 친구가 수업 시간에 너무나 그립단다.
‘아.. 그럴 수 있지..’
내가 맨 처음 한 행동은 원장 선생님께 반 이동을 요청한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아이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걸 제거해 주고 싶다.
“어머니, 이미 결정된 반이라 주원이만 이동시킬 순 없어요. 사전에 알았으면 배정을 같이 하는 건데 아쉽네요..”
“아,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이가 매일매일 얘기하며 유치원 가기 싫다고 해서 여쭤봤어요..”
갑자기 진상 엄마가 되고 싶은 욕망이 올라온다.
조르고.. 안되면 협박도 해보고 싶다.
‘그러면 그만두겠습니다.’
아, 물론 상상이다.. 이런 상상 나만 해보나?
집에 오는 길에 아이에게 잘 설명해 본다.
“주원아~ 원래 반은 한 번 정해지면 이동이 불가한 거긴 해. 엄마 기억에도 엄마 유치원이나 학교 다닐 때 반 이동시켜준 케이스는 한 번도 못 보긴 했다.”
운다… 계속 운다… 나도 울고 싶어 진다..
아이 우는 소리가 듣기 힘들다.
아빠가 왜 내가 울 때마다 절대 못 울게 다그치셨는지
그 심정까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는 그 대물림을 내가 끊기로 결정했다.
우는 건 감정이란 게 올라오는 건 인간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그걸 억압하거나 축소하거나 회피하려고 할 때 무언가 어긋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후하.. 후하..
“주원이가 속상하면 울 수 있어. 울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릴게~”
그래도 감사하게도 참다 보면 아이의 울음이 그리 길지 않다.
“엄마, 나는 반에서 앉아서 생각했어. 지호랑 같은 반이면 얼마나 좋을까.. 지호가 보고 싶고 그랬어..”
“아이고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엄마도 무슨 심정인지 너무 잘 알아. 엄마도 17살 때 미국 갈 때 재연 이모랑 헤어지는 게 너무 슬퍼서 많이 울었거든~ 그런데 친구는 원래 만났다 헤어지기도 할 수 있는 관계야. 지호는 게다가 지금 옆 반이라 방과 후에 볼 수 있잖아!”
“흐흐흐흐흑…”
또 운다…
우는 모습에 자꾸 짠하고
가엾다는 생각이 밀고 올라온다.
‘아, 오늘만 유치원 쉬게 해 줄까? 아니야 이미 금요일 월요일 둘 다 쉬게 해 줬잖아.. 당연한 줄 알면 안 돼
.. 정신 차리자! 친구랑 같은 반 안된 게 슬플 수는 있지만 그걸로 아이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건 내 생각일 뿐이야. 나중에 감정 컨트롤을 못하는 게 더 가엾어지는 일이지.’
“주원아, 대신 엄마가 꼭 지호 엄마 번호 알아내서 지호네 집에 놀러 가거나 지호를 우리 집에 초대하게 해 줄게!”
“엄마가 써준 편지 가져왔어…”
코로나로 인해 유치원에선 직접적인 번호 교환에 소극적이시라
아이 엄마에게 전해줄 편지를 권유하시길래
내 번호를 적은 작은 카드를 아이에게 건냈다.
“이거 꼭 지호한테 전해주면서 엄마께 전해드리라고 해, 알았지?”
“응..!”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도와주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게 가이드해주기.
- 감정코칭 3 단계 -
아이가 스스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하는데 까지는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계속 답을 찾아주려고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아이를
달래주려고 보상을 꺼내오려는 내 마음부터 잘 다스려야 하겠지.
‘지금 당장 내가 달콤한 답을 주면 아이는 잠깐 웃을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익히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나는 마트에 가서도 맛동산이랑 새우깡을 한참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이걸 사다 주면 우리 집 두 남자는 1초 만에 가장 행복한 미소를 보내줄텐데..
특히 아들래미는 그윽한 눈으로, ‘엄마, 과자 사다 줘서 정말로 고마워.’라고
말할 텐데…그때 기분 진짜 녹는데..’
나는 잠시 달콤한 상상을 뒤로하고 두 눈 질끈 감고 과자 섹션을 지나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올바르게 사랑하는 과정도 늘 달콤한 것만은 아니란 걸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