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찡 Jan 15. 2016

말 한마디의 마법

05. 혹시 내 마음이 들리나?  

보편적으로 인간에게는 영혼의 짝이 있다는 대전제에는 언제나 공감해왔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인생의 많은 굴곡을 넘는데 기꺼이 함께해주는 일은 참 멋진 일이다. 

무엇보다 그를 만나는게 행복한 것은 변화하는 서로의 모습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2년 넘게 교제하면서 몰랐던 스스로의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하고, 크고 작은 대화와 다툼 속에서 우리는 처음 교제했을 당시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를 만나면서 가장 크게 감동할 때가 있고 더불어 나 스스로를 반성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그는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아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굉장한 달변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입만 살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을 함에 있어 적재적소에 단어를 잘 조합하는데, 더 나아가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신중한 대화를 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배려와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가. 그에 반해 나는 표현에 거침이 없다. 뱉어놓고 후회 하는 편이 적지 않다.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내 성격 탓일 수도 있고, 배려심 자체가 좀 떨어지는 둔한 감수성을 지닌 것도 사실이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나와 무엇보다 말과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친구가 만나면서 서로 다투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말 한마디' 때문이다. 툭 던진 배려없는 말 한마디에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고, 지친 나에게 애정 가득한 말 한마디 덕분에 힘을 얻는 경험을 했다. 그를 만나면서 나도 최대한 대화할 때 조심하려고 한다.


살다보면 그 말 한마디를 밉게해서 많은 것을 잃게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조심하면 좋은 것이지. 


이번 주 중 어느 날,  짜증이 많이 났다. 날씨는 더럽게 추웠고 일은 해도해도 줄지를 않았다. 마침 전날은 외부 회의 일정과 불편한 사람들과의 회식까지 겹쳐져 몸은 더욱 피곤했고 잠을 충분히 자질 못해 짜증이 미친듯이 솟구쳤다. 뿐만아니라 사무실에서 일하느라 출근 길 아니면 햇볕보기도 어려운 요즘. 집과 직장을 반복하는 지리한 날들이 계속 됐다.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너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날 하루 뿐이었을까?

남자친구 역시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눈 뜨면 일을 하고, 반복된 일상에서 짜증과 피곤이 늘어갔다.  

우리는 지난 주에 독하디 독한 독감을 동시에 앓았고 서로 병치레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잘한 애정의 표현을 나눌 시간이 극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도 더 짜증이 났던 것 같다.  일종의 애정결핍? 

시간은 더럽게 안가고 쏟아지는 업무는 늘어만 가고, 가장 간절했던 건 그냥 들어가서 잠이나 자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메시지가 한 통 왔다.  


내가 갈게.

자기 있어야 겠다. 


정말 마법같이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 무력함을 함께 극복해보자는 말과 함께 그는 빨리 날아와서 그날 나와 맛있게 삼겹살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최고의 업무효율을 뽐내며 많은 일을 처리했다.



가끔 그와 만나다보면, 혹시 내 마음이 들리나? 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음에 쏙드는 말들을 콕콕 해줄 때다.

연애하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가정관이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 때마다 남자친구는 나에게 "나 때문에, 아이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포기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가 없어도 괜찮으니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는 꼭 기르게 해달라는 말도 함께.

이 정도면 감사패를 제작해서 나와 연애하는 그의 공로를 치하하고 싶을 정도다. 


사실 듣고싶은 말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도 대단히 냉철한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그가 하는 비판이 내게 상처가 되지 않는다. 그의 비판은 아프지 않고, 그의 조언은 따뜻하다. 그의 전폭적인 지지는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왜냐하면 그는 늘 내 입장에서 고민한 다음 대화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도 많고, 하고싶은 일도 많고 계획도 많은 욕심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수없이 고민한 후에 말을 내뱉기 때문에 의미가 더 와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나는 시간이 쌓일수록 더욱 배우는 것이 많아진다.  좀 더 상대의 입장에서 대화를 해보아야지. 

또 내가 어떤 상황을 만난다할지라도, 그가 함께있다면 절대 외로운 존재가 되진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떤 주제라도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배려와 애정이 가득한 사람과 연애하는 나는 참 행운아다. 




 




매거진의 이전글 꼭 쥐지 말고 힘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