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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찡 Mar 31. 2016

결국 연애는 함께

10. '너'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격! 그와의 인터뷰

눈이 포슬포슬 내리던 12월의 어느날,  처음 만난 우리는 어느새 3년째 서로의 곁을 지키고 있다.

사실 매거진 <너를 사랑하는 이유>를 엮게 된 계기는 그의 앞에선 내 언어가 가난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연인이 느끼기에 내 사랑이 충분할까란 고민이 있었다. 말로 하긴 쑥스러운 표현도 글로 하면 일단 덜 부끄러워지니까. 또 꼭 말싸움을 하면 언제나 감정이 앞서는 내가 말리게(?) 되는데 바보처럼 우는 것 때문에 묻혀진 내 뜻을 온전히 전달하고 싶기도 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내 감정만을 털어놓는 글이 아니라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산적으로 풀어내는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생각보다 좀 어려웠다. 많은 생각을 하며 글을 썼고 표현에도 신경썼다. 사실 글 타래를 엮어오면서 예상치 않은 경험들을 했다. 브런치 메인에도 실리고, 포털사이트 메인에 내 글이 올라오는 것, 조회수가 2천, 3천을 넘어간단 알람이 울리는 건 생경함 그 자체였다. 최대한 담백하게 글을 쓰고자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공감 해주는게 신기했다. 


아무튼 글을 쓰다보니 그를 너무 '훌륭하고 완벽한' 사람으로만 표현하진 않았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내 글을 잘 읽어주는 한 언니의 평 때문이다. 그 날 가벼운 말다툼을 하고 난 뒤 투덜거리는 내게 언니가 '아니 그 분 되게 넓고, 너그러운 분인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면도 있었어?' 라 했다. 하긴, 내 주변 사람들이 남자친구에게 보이는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결혼을 하면 금장으로 감사패를 제작해야한다는 C군, 그와 헤어지면 다시는 이런 남자를 못만날테니 반드시 결혼을 하라던 절친 K양. 하는 짓마다 어쩜 그렇게 예쁘냐며 입이 마르게 칭찬하시는 우리 대표님까지! 어쩌면 나보다 내 지인들이 남자친구에게 콩깍지 씌인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우상화를 하는 것이 과연 괜찮을지 걱정되기도 했고,  앞으로 글을 이어나가면서 어떤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이 매거진의 주인공이자, 독자이기도 한 남자친구 "너"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거창한 인터뷰 계획을 늘어놨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꺼이 인터뷰를 승낙해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Q. 안녕! 난 네 여자친구. 반가워(뻔뻔) 처음 여자친구가 글을 쓴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A. 글쎄, 그동안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여자친구가 쓰는 글을 접해보지 못해서 어떤 글이 나올까 궁금했다. 자기소개서 같은 정형화된 글은 잘 못 쓰던데..(웃음) 이런 수필 쪽에 재능이 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거지. 나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글 하나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고민해야 하는지 아니까. 그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와의 관계라든지, 지난 일이라든지 되새겨보며 이런저런 의미를 찾는게 어찌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Q. 내가 막 욕을 할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비춰질 지 걱정되진 않았나?

A. 가끔은 나에게 직접 말하는 것보다 글에 풀어놓을 때가 더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을 때가 있더라. 그걸 엿보는 재미의 크기가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되는 것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흔쾌히 맘대로 쓰라고 했다. 나중에 욕할 에피소드에서는 미리 욕해도 되냐고 물어보던데. 뭐 기본적으로 내 스스로가 나를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를 오래 겪은 여자친구는 솔직하게 써줄 것이라고 믿었다.


Q.  글을 읽는 사람들이 당신에게 가지는 이미지는 ‘한없이 넓은 사람’이란 이미지더라.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그러한지?

A. 잘 모르겠다. 한 없이 넓다기 보다는... 자잘한 일에 크게 신경을 안 쓴다고 하는게 더 맞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또 별 것도 아닌 것에 ‘삐쳐’ -가 아니라 화가 난 것이다.-  있으면 한 번 꾹 참고 달래주는 편이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뭐 달래주고 이런 태도는 여자친구에게만 견지하는것 같다. 주변의 친구를 대할 때나 타인을 대할 때는 굉장히 시니컬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마음이 넓어서 받아주는건 아닌거 같고, 사실 받아주지 않으면 더 큰 전쟁이 뒤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




결국엔 서로 맞춰가며 만나는 게 연애 아닐까 




Q. <너를 사랑하는 이유>에 실린 대부분의 글들은 주로 반성문에 가깝다. 실제로도 많이 참아주는 것 같은데 인내심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A. 비결이랄게있나 모르겠다. 결국엔 서로 맞춰가면서 만나는 것이 연애일텐데 여자친구가 고깝지만 참아주는 면도 있다. 분명 여자친구도 나에게 불만이 있겠지만 참아주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또 말도 안되는 이유로 투정을 부리고 나면 꼭 나중에 반성을 하는 편이다. 사과도 잘 하는 편이고. 우선 져준 뒤에 달래주면 자기가 잘못한 것을 나중에 깨달으니까. 한 두 차례는 참을 수 있는 원동력이 나오는 듯 하다. 그렇게 한번 일을 치고 나면 얼마간은 아주 황송한 대접을 해준다 (웃음)


Q.  연애한지 3년차에 접어든다. 본인이 느끼기에 특별한 위기가 있었는지?

A. 위기는 제법 있긴 했지만 정말 큰 위기는 지난해 말?  글에서도 한 두 번 언급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 유형인데, 그것을 전혀 보장 받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 견디기 힘들었다. 억지로라도 개인 시간을 만들려고 했던 노력이 여자친구에게는 멀어지려고 하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거의 일주일 내내 냉전이었지. 근데 여자친구가 아마 더 잡아두려고 했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거다. 계속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웃음) 서로의 입장을 나누고 결국 존중해줬기에 지금까지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Q. 분위기 어마어마했을 것 같은데 위기는 어떻게 넘겼나? 본인을 그렇게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면?

A. 위기는 대부분 끝장토론 식으로 해결 볼 때까지 얘기를 나누는 편이다. 밤이 샐 때까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화를 한다. 여자친구는 체력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이 넘어가면 힘들어 하는 반면, 나는 논쟁이 체질이다. 끝까지 얘기해서 해결을 봐야 다음에도 앙금이 남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음.  그래도 항상 이렇게 내가 노력하고 나면 그걸 알아주고 더 잘해주니까 문제가 생겼을 때 계속 참고 노력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는 자신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로 <주토피아>의 닉 와일드를 꼽았다.


Q. 매번 글이 발행될 때마다 읽는 것 같다. 가장 애정을 갖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7화가 제일 좋다.  왜냐하면 드디어 '얘가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구나'라 느껴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저 브런치 글은 그녀의 얼굴을 화끈하게 만들 '비장의 무기'(!)이기 때문에 저 글은 무조건 백업을 해 놓든지 할 것이다.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에피소드. 바로 이것이다. ↓



Q. 앞으로 특별히 써주었으면 하는 본인의 매력이 있다면?

A. 얼마 전에 같이 본 <주토피아>에 나오는 ‘닉 와일드’가 완전 나를 빼다 박은 캐릭터 같더라. 그 세상에 별 관심 없다는 표정과 특유의 능청스러움이랄까, 블랙코미디를 일삼는 냉소적인 면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나중에 이런 성격과 관련해서 꼭 다뤄줬으면 좋겠다.


Q. 반성을 일삼는 여자친구다만, 작가 '가찡'의 매력에 대해 말해 달라.

A. 지(智),덕(德),체(體) 3 요소를 고루 갖췄지만 자주 드러나는 허당스러움이 귀여움 포인트다. 또 기본적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다한다. 이건 나와의 관계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인데, 인풋 대비 아웃풋이 굉장히 좋은 연인이다. 자기 관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 주는 것도 연인으로서 고맙다. 최근에는 킥복싱을 시작했는데 이게 아주 최고다.


- 다른 글에서 곧 다루게 될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킥복싱을 시작한지 3주 정도 됐다. 신나게 치고박고 오면 상당히 유순하고 평화로운 상태가 되어 더 이상 그는 짜증받이 남친에서 해방됐다.-



연인 사이 대화는 필수 조건



Q. <너를 사랑하는 이유>에 실린 글은 주로 연애에 고민이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는 편이다. 연애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헉, 그렇게 많이 보다니 음. 행동에 더 조심을 기해야겠다고 느낀다. 결국 연애란 둘이 같이 해야 하는 것 같다. 한 쪽만 노력한다고 되는건 절대 아니다. 상대방이 노력한 것이 보이면 나도 그만큼의 노력과 관심을 줘야 한다. 연인에게 자존심 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쾌하고 속상한 것이 있으면 '이것은 이래서 불쾌하다.' '속상하다.' 라 말하며 대화로 풀 수 있어야 한다. 일정 선에 다다르면 서로 이해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사회 생활에서만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게 아니라 연인 사이에서도 필요하다. 필수조건이다. 그래야 오래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Q.  바쁜 시간에도 성실하게 대답해줘서 고맙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여자친구에게 한마디.

A. 새로운 글이 올라올 때마다 바로 달려가서 읽는 애독자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줬으면 좋겠다. 또 연재를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계속 글을 쓰려면 좋든 싫든뭔가 깨달음이 있어야 되고, 결국 나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는 뜻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예쁘게 만났으면 좋겠고. 사랑한다.




앞으로도 그와 나의 일들에 대해 최대한 솔직하게 글을 쓸 것이다. 글을 쓰는 과정들은 내가 참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고 그에게도 충분한 사랑을 주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 그가 있어서 나를 둘러싼 바깥 세상에 대해 더욱 용감해질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 이유없이 나를 싫어하고 비난해도 신경쓰이지 않을만큼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쓰여질 글들이 나 뿐아니라 그에게도 좋은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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