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만 아는 브런치 조회수의 비밀
글 쓰는 게 꿈이었습니다. 늘 맘 속에 생각이 있었는데 우연치 않은 기회에 토요일 글 쓰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무슨 강의인 줄도 모르고 기대도 안 했습니다. 심지어 한주 늦게 들어갔죠. 그런데 실제로 출판까지 목표로 하는 강의였습니다. 당황했지만 의욕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당장 제 글이 막 책으로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약 두 달의 강의가 끝나니 사그라드는 불씨처럼 글이 안 써지더군요. 제목과 목차만 겨우 나왔는데 초고는 언제 쓸지 막막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자율적인, 그러나 매일 글을 한 자라도 써서 올려야 하는 모임이 조직되었습니다. 또다시 열심히 참여했고 그냥 글을 썼습니다. 아날로그 세대라 손바닥 만한 수첩에 글을 썼습니다. 출근길에 쓰고 퇴근하고 와서 노트북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내기엔 턱 없이 글의 양이 부족했습니다. 출판사에 출판 계획서도 보내고 했지만 당연히 답이 올리 만무했죠. 그렇게 1년 반이 흘렀습니다.
죄송하지만, 순전히 계획적이었습니다
브런치에 올려 보라는 권유를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제 글을 읽어 줄까 싶어 주저했습니다. 발행되어 불특정 다수가 읽는다는 게 부담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모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처음엔 ‘작가의 서랍’에 저장만 했고, “발행”하지 않고 브런치 북으로 만들어 공모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마감날 공모 방식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발행”해야만 공모할 수 있더군요.
그렇습니다. 죄송하지만 순전히 계획적이었습니다. 목적은 공모에 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 반 전에 썼던 초고를 꺼내 가다듬고 준비하고, “발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읽으며 내용 수정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공모에 당선될 리 만무하고, 내용도 현시대에 안 맞는 거 같고... 고민 고민했죠.
그래도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어찌어찌 편집해서 “발행”하고 응모를 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어리둥절했지만 행복했습니다
응모는 잘 됐다고 팝업도 떴습니다. 누가 읽으랴 싶어 신경 껐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퇴근길에 그냥 궁금한 맘이 들어 앱에 들어가 제가 올린 글을 눌러봅니다.
“어랏!”
알림이와 있습니다. 시간 단위로 빠르게 조회수가 올라가서 1만 조회수를 찍고 있었습니다.
(브런치의 기능 중에 “통계”라는 게 있습니다. 몇 분이나 조회가 되었는지, 어느 경로를 통해 들어와서 제 읽을 읽으시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단, 이 기능은 독자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독자는 오로지 “라이킷”과 “구독자”수만 보이죠.)
어리둥절했습니다. “뭐지?”
캡처해서 주변에 자랑을 시작합니다. 조회수 높은 글 링크도 걸어 다시 자랑합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시간마다, 핸드폰이 손에 닿을 때마다 그 ‘통계’ 기능을 눌러봅니다. 매 순간마다 들어가서 확인하는 새로운 습관이 생긴 걸까요? ㅋㅋ
솔직히 3만 뷰 퀄리티는 아니죠
공모에 당선된 것도 아닙니다.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프가 움직입니다. 숫자가 올라갑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이 책임감의 부담으로도 다가오지만, 한 편으로는 외롭지가 않았습니다. 바로바로 반응이 오니 신기방기 했습니다.
그렇게 3만 뷰를 훌쩍 넘었습니다. 저도 압니다. 솔직히 제 글이 3만 뷰 퀄리티는 아니죠. 어떤 경로로 어떤 분들이 글을 읽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댓글에도 신경 쓰이고, 작가 추가해주신 분들이 어떤 분들이 신지 궁금해서 그분들의 브런치에도 가 봅니다. 싸이월드처럼(아... 너무 연식이 오래돼 보이나요?) 댓글마다 답을 달아야 하나, 페북처럼 맞팔하듯 나도 작가 추가해 주신 분들을 역으로 작가 추가를 해야 하나 고민합니다. 인기 브런치 작가님들을 보니 굳이 일일이 대응 안 하는 듯하여 저도 그저 지켜보기만 합니다.
링크
https://brunch.co.kr/@chem04/9
(부족한데도 많이 사랑해 주셨던 바로 그 글을 링크해 봅니다)
앞으로는 뭘 쓸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으셨던, 우연하게 들어와 터치만 하고 바로 닫으셨던지 간에 응모를 위해 글을 쓰던 저와는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무슨 주제로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제 글을 읽으며 힐링이 되셨으면 좋겠고 좋은 정보라도 얻어가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기
다만,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는 ‘저’였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과 공감하는 것은 좋지만, 조회수가 나오지 않았을 때의 우울감도 뒤따라 올 것은 자명하니까요. 그래서 즐거운 얘기를 써 볼까 합니다. 삶의 소소한 이야기, 여행 이야기, 음식 만드는 이야기 등등 다양한 이야기 말입니다.
앞으로의 제 다양한 얘기도 기대해 주세요. (벌써부터 ‘조회수’를 의식하고 있네요 ㅋㅋ)
그리고 부족한 글에 찾아와 주시고 라이킷을 날려주시고, 진심 어린 댓글을 남겨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