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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K Nov 17. 2019

생애 첫 내 집 꾸며보기

내 맘대로 하는 나만의 집 가꾸기

은퇴 후에 살려고 했던 집에 이사 오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계획대로라면 은퇴하면 들어와서 살려고 했던 집이었다. 부모님 근처에 살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룸의 작은 공간이라도 통근 시간이 30분 이내로 줄어들고, 전철이 운행하는 시간 동안에는 언제든지 오갈 수 있다는 장점은 실로 어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계획보다 10~15년 일찍 은퇴 후에 오려고 했던 집에 이사 온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원룸의 작은 공간에 머물면서 너무 갑갑했다. 집과 책상의 상태가 현재 자신의 머릿속의 상태라던데, 퇴근하고 돌아와서 보는 집 상태는 너무 어지러웠다. 그리고 가족이 그리웠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부모님께 도움도 드리고, 나도 도움을 받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보니 심적으로도 지쳐갔다. 그래서 과감하게 통근 시간이 2~3배로 걸리더라도 은퇴 후에 들어가려고 계획했던 아파트로 생각보다 빨리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내 맘대로 짜는 나만의 인테리어

다 좋다. 통근 시간이 길어진 것도, 1시간에 1대만 있는 기차 시간에 맞춘 생활을 하는 것도 다 좋은데, 수리나 인테리어 없이 이사 오고 싶진 않았다. 구조를 다 바꾸진 않더라도 화장실도 고치고, 가구도 내 맘에 맞는 것으로 배치하고 싶었다. 

그런데 크게 2가지가 문제가 됐다. 첫 번째는 비용이다. 3.3제곱미터당 약 1백만 원의 인테리어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적어도 몇 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왔다. 두 번째로 집수리하는 동안 과연 누가 진행상황을 확인해 줄 것이냐의 현실적인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번째 문제는 비용은 너무너무 비싸서 내가 직접 인테리어를 계획하기로 결정했다. 직접 도배해주실 분, 장판 깔아주실 분, 화장실 고쳐주실 분, 싱크대 만들어 주실 분, 페인트 칠해 주실 분 등등을 직접 섭외하고 그분들의 일정을 짜고, 업무를 의뢰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설명드리고 명확히 충족되었을 때 비용을 처리해 드리는 방식을 썼다. 두 번째 문제는 삼촌과 엄마께 의지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약 한 달 동안 짜증도 내고 많은 부탁을 하긴 했지만 두 분은 묵묵히 내 부탁을 들어주시고 진행상황을 살뜰하게 챙겨주셨다. 


1) 인테리어 사무소에서 버젓이 1시간 수업 듣기

우선 주변에서 인테리어를 했다는 업체의 추천을 받았다. 리뷰를 듣고 두 곳 정도를 선정해서 업체와 미팅을 약 1시간 정도 진행했다. 원하는 바를 설명하고, 견적을 내고, 묻는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을 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원하는 만큼 많이 비용이 줄어들지 않았다. 다른 업체도 비용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두 곳 정도 깊은 미팅을 진행하고 나니 결론은 인테리어를 직접 섭외하자고 마음먹기까지 온 것이다. 다행히 2곳 정도 미팅을 진행하고 나니 어느 정도 머릿속에 일정이 그려졌다. 부담도 되었다. ‘내가 하다가 망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내가 살 집이니까, 살면서 아쉬워도 다음엔 더 잘하면 되니까’ 하는 생각으로 일단은 내가 하기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2) 내가 짜보는 인테리어 캘린더

인테리어 업체 미팅 후에는 방산시장부터 갔다. 도배 업체부터 찾았다. 2~3곳의 견적을 비교했고 가장 저렴한 곳으로 선택했다. 전에도 몇 번 거래했던 적 있는 업체였는데, 역시 가장 저렴하여 결정했다.

화장실 공사는 이사 갈 집 근처의 설비 업체에게 의뢰했다. 나중에 문제가 있을 때 AS를 잘 받기 위함이었다. 페인트 작업을 해 주실 분은 설비해 주시는 사장님께 추천받았다. 

붙박이장과 가구들은 마석 가구단지로 갔다. 두 곳 정도를 둘러보고 한 곳을 정해서 필요한 가구 전부와 붙박이장까지 맞추고 나왔다.

싱크대 역시 전에 한번 정도 거래했던 사장님이 있었다. 공장 직거래 형태로 하시던 사장님이셨기에 브랜드 있는 싱크대보다는 훨씬 저렴했다. 각각의 사장님들을 섭외하고 인테리어 업체와 미팅한 것을 토대로 타이트하게 일정을 잡아서 연락해 놓았다. 

실제로 진행했던 인테리어 일정. 엑셀로 정리해서 관리했다. 

그런데 역시 처음 하는 내가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진행 할리가 있겠는가? 공사라는 것이 일정대로 되지 않는 법. 모든 일정을 다시 다 세팅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가장 큰 문제가 가구. 가구 사장님께 크게 타박을 받았으나 일정을 변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1번 정도의 일정 변경으로 마무리되었고, 약 2주를 생각했던 수리는 거의 한 달이 되어 마무리되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재밌는데, 그때 당시에는 업무 하랴 전화해서 일정 확인하랴 정신이 없었다. 엄마와 삼촌이 현장에 계셨지만 내가 원하는 바를 확인해야 했으므로 늘 전화를 달고 살았다. 물론 인테리어 업체를 활용했으면 돈만 드리면 알아서 해 주실 수도 있다. 하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스스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3) 발품 팔아 완성한 나의 안식처

사장님을 섭외하고 진행하는 것들이 만만치 않았다. 예를 들어 도어락 같은 경우, 삼촌이 한나절 동안 동네 거의 대부분의 열쇠집을 찾아보고 최저가를 찾아주셨는데, 얼마나 걸으셨는지 발에 물집이 잡힐 정도였다. 

각 사장님들의 소개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분들은 그냥 믿었다. 그렇게 사람을 믿고 진행하지 않으면 섭외하는데 시간을 다 쓰느라 일이 안 돌아갈 것 같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마음에 들어가는 내 집이 완성되어 갔다. 

컬러는 화이트와 그레이를 중심으로 가구, 싱크대, 가전 등을 맞춰갔다. 그 정도 선에서 맞추는 게 큰 무리가 없었고,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적 감각이 있다면 포인트 벽지도 쓰고, 가구도 남다르게 배치하고, 컬러도 눈에 띄게 했겠지만 처음이니까 무난하게,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진행했다. 정답은 없으니까. 

천장까지 하늘색 벽지로 가득 채운 나만의 서재

단, 벽지는 완전 하얀색보다는 약간의 아이보리 컬러로 따뜻한 느낌이 들게 했고, 서재의 벽지만큼은 내가 하고 싶던 하늘색으로 천장까지 도배했다. 보통 천장은 흰색으로 한다는데, 내가 공부할 방인데 내 맘대로 하고 싶어서 천장까지 하늘색으로 모두 도배한 것이다. 도배 집 사장님이 어찌나 여러 번 설명을 하시고 다짐을 받으시는지… 나처럼 맘대로 했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며 정말 괜찮겠느냐고 여러 번 되물었다. 생각보다 색깔이 진해서 전체적으로 좀 어두운 감이 있으나 난 여전히 서재의 하늘색 벽지를 좋아한다. 그곳에 들어가 있으면 뭔가 차분해지고 힐링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4)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만족하기

처음에는 무리한 계획이었고,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살 집에 대한 욕심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일단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하니 또 어찌어찌 마무리가 되어갔다. 잘한 선택도 있고 아쉬운 선택도 있었지만 경험이 쌓여서 다음엔 정말 더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부동산 관련 쪽 일은 늘 그런 것 같다. 처음엔 어리둥절하고 뭘 할지 잘 모른다. 맞는 선택인지 아닌지도 구분할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선택했으니 어느 정도는 만족하게 되는 것이 매력이 아닌가 싶다. 

주방의 모습 // (왼쪽) 인테리어 후 (오른쪽) 인테리어 전



아는 만큼 보인다. 몰랐어도 그만큼 보였는데, 경험하고 나니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인테리어 잡지를 지속적으로 보는 것도 좋고,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면서 견문을 넓히는 것도 좋다. 박람회를 통해서 업체를 알아두는 것도 좋고, 동네를 돌면서 솜씨 좋기로 소문난 사장님들의 연락처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아주 좋은 자세이다. 해봐야 는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기준’이 아닐까 싶다. 결정장애를 가지고는 일을 진행하기 어렵다. 큰 틀에서 방향이 결정되어 있고, 내 기준이 명확히 서야 결정하고 일을 진행할 수 있다. 뚜렷한 기준 없이는 아무리 비싼 업체에 인테리어 전체를 맡기더라도 만족보다는 불만만 넘쳐날 수 있다. 똥 손도 할 수 있는 인테리어의 성공 비결은 자신만의 기준 갖기였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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