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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K Nov 17. 2019

묻지 마 투자일까?

지금 바로 집을 사야 할 때

만족스러웠던 서울 라이프

서울의 오피스텔로 이사 온 가장 큰 이유는 격무에 시달리는 나를 위해서였다. 11시까지 계속되는 야근, 끝없는 스트레스를 출퇴근 시간이라도 줄여서 메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내게 서울의 오피스텔은 안성맞춤이었다. 우선 전철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재래시장과 24시간 운영하는 상당한 규모의 마트가 있어 집에 물건을 쌓아놓고 살지 않아도 됐었다. 걸어서 20분 거리엔 문화시설이 있었고, 그 옆에 수영장까지 함께 있는 체육시설이 있었다. 수영을 좋아하는 나는 길 건너 고등학교 부설 또 다른 수영장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기쁨에 들떴던 기억도 있다. 

그런 만족도 잠시, 해외근무가 확정이 되었고 어렵게 발령을 받았다. 해외근무지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시원 섭섭했다. 이렇게 완벽한 주거환경을 또다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한국을 떠난다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했다. 꿈같던 서울에서의 1년여 삶을 정리하면서 또다시 운명적인 부동산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우연히, 그렇게 널 만난 거야!

1시간 후면 나는 공항으로 가야 했다. 마지막 남은 짐을 떠나보내고, 캐리어 한 두 개만 손에 남아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알고 지내던 공인중개사 분을 만났다. 

“이사 가세요?” “네~” 그런데 그분 손에 주어진 서류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뭐예요?” 

좋은 물건이 있어 청약하러 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분명 공항으로 여유롭게 출발해야 하는데 이미 몸은 중개인과 함께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확인하고자 하는 오피스텔은 평상시 내가 관심 있어하던 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이었다. 가보지 않는 몇 년 동안 반대쪽도 많이 개발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아직 공사 중이었고 모델하우스는 없어진 지 오래라서 집을 볼 수는 없었다. 설계도만 보고 설명을 해주는데 전용면적 20여 제곱미터의 원룸 오피스텔의 구조는 거기서 거기다. 크게 다르지도 않으므로 적당히 그렇게 생겼거니 했다.

내가 매입을 고려하는 집은 동향이었다. 남향은 오래전에 마감되었다고 한다. 가계약금만 있으면 집을 계약할 수 있다는 말에 통장잔고를 확인하고는 덜컥 계약을 했다. 30분 안에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므로 빠르게 가계약서를 작성하고 당장 필요한 금액을 이체한다. 가계약금조로 얼마를 전달받은 계좌에 송금한다. 그다음은 대리인 선임. 대리인 선임에 필요한 서류들만 준비해서 쥐어드리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입주는 16년 10월 예정이라고 했다. 등기는 입주할 때 하면 되므로 중간에 한국에 나와서 서류 정리하기로 했고, 상황의 특수성을 매도인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해외에 도착해서 필요한 서류들은 추가로 팩스나 DHL로 바로 보냈고, 대리인과 긴밀하게 연락했다. 한국으로 출장 올 일이 있을 때 잠깐의 짬을 내어 나머지 일들을 처리했다. 


묻지 마 투자일까?

어떻게 보면 묻지 마 투자인 듯하고, 충동적인 투자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지역에 대한 탐색이 끝났었고, 분양가나 오피스텔 브랜드도 마음에 들어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분양가의 10%만 있으면 입주 완료 시까지 더 들어갈 돈이 없다는데 무엇을 고민하는가?

게다가 나는 30분 안에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여기서 주저하면 투자기회는 사라지게 되는 것. 평상시 관심을 갖고 있던 지역이었고, 투자처를 찾고 있던 터에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결단을 내리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그래도 잘한 걸 거야

늘 기준에 맞춰서 판단하고, 주변의 말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무리하지 말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투자하라고 권유했었다. 그렇게 했어도 늘 빚을 갚는 일은 버거웠다.

무엇에 홀린 듯이 또 투자를 해놓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후회와 걱정이 한꺼번에 엄습한다. 분양가도 합리적이었고, 생각하던 지역이었고, 마침 또 기회가 왔고… 무수히 많은 이유들을 대지만 내 투자가 투기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잘한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투자가 되기 위해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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