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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K Nov 17. 2019

진정한 독립을 위해 서울에 오다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하는 서울에서 살 집 찾기

독립을 꿈꾸다!

해외 파견 갔다가 돌아온 후 부모님 댁으로 돌아왔다. 생전 처음 부모와 떨어져 지구 반대편에서 반년을 살 때는 그렇게도 부모님이 그립고 한국이 그립더니 막상 돌아오고 나니 자유롭게 생활할 수 없어 갑갑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출퇴근의 지옥 길은 독립을 꿈꾸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문제는 서울의 어디에 집을 구하느냐였다. 사놓은 아파트에 들어가기엔 전셋값을 내어 줄 돈이 없었고, 그곳 역시 경기도라 사무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왕 독립하는 것이고, 출퇴근 시간을 아끼는 것이 목적이라면 서울로 진출해야 했다. 그 날부터 부동산 중개 앱을 깔고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집을 찾기 시작했다. 회사와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되는 30분 정도의 출퇴근 거리에 있는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의 집 찾아 삼 만리


1) 왕십리역 근처

처음 알아보기 시작한 지역은 왕십리였다. 여러 전철 노선의 환승역이었기에 어디로 가던지 쉽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규로 들어선 건물이 많으며, 각종 편의시설이 많았다. 신규 건물이 많다는 것은 쾌적한 주거환경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각종 편의시설이 가져다주는 편익을 말해서 무엇하랴? 대학병원과 대형 마트와 영화관과 한강이 만나는 접점. 이렇게 좋은 입지라면 당연히 비싸다. 비싼 걸 알고 봐도 너무 비싸다.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월세를 보면서 점점 전철역에서 먼 지역까지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이럴 거면 뭐하러 여기에 살아?’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왕십리를 마음속에서 지웠다.


2) 회기역 근처

그다음으로는 회기역 근처를 살펴봤다. 1호선과 경의 중앙선이 지나가고 있어 교통이 편리했다. 무엇보다 월세가 왕십리 지역에 비해 무척 합리적이었는데 대학가 근처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상대적으로 노후한 건물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사실 회기 지역은 오프라인으로 직접 조사를 하지는 않았는데, 앱으로만 확인해도 신규 건물들이 별로 없었다. 지인의 말을 빌자면 너무 작은 방에 답답한 곳도 여럿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했다. 가격적인 매력은 있었지만 노후한 건물이 많다는 결론에 이르러, 이 지역은 패스.


3) 상왕십리역 근처

다음은 왕십리에서 한 정거 거리에 있는 상왕십리역 근처. 왕십리역과 단 한 정거 차이였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좋게 말하면 한산하고 나쁘게 말하면 아직 개발이 완료되기 전이라 뭔가 휑한 느낌이었다. (물론 17년 초에 개발이 완료되어 지금은 왕십리 못지않게 휘황찬란한 거리가 되었다!) 

상왕십리 지역은 2호선 라인이면서 왕십리보다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전철역에서 1,2분 거리에 풀옵션 오피스텔이 있었고, 크기도 10평 정도여서 마음속으로 이곳을 낙점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살 곳인데 최소한 우선순위 1,2,3위는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시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1순위 교통은 2호선 라인이고 전철역에서 가까워 편리하므로 통과, 2순위 월세도 비교적 합리적이므로 통과, 그런데 3순위 건물 상태가 노후해서 약간 마음에 걸렸다. 

무작정 2,3곳의 부동산에 들어가 상담을 받고 견적을 받고 집을 구경하기를 반복했다. 다 거기가 거기라서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쯤 계약서에 사인하려 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지막으로 딱 한 곳의 부동산만 더 찾아가서 상담해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4) 신당역 근처

그렇게 마지막으로 찾아간 부동산에서 추천받은 지역이 신당역 근처였다. 신당동은 많은 사람들이 떡볶이 골목으로만 알고 있지만, 내가 알아보는 지역에서 떡볶이 거리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였다. 상왕십리보다 전철역으로 한 정거 차이인 신당동에 간 이유는 단 하나, 신규 오피스텔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신규 건축이라 그런지 깔끔했고,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어 생활하기 좋았다. 오피스텔의 방 크기는 대부분 전용면적 20제곱미터 전후(7평)로 비슷비슷한데, 풀옵션이었다. 만약 내가 빌라나 아파트로 들어가려고 한다면 가전제품, 가구 등을 모두 구비해야 했을 텐데, 풀옵션이었기에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다 좋았으나 역시 신규 건축이다 보니 월세가 상왕십리에 비해서는 5~10만 원/월 정도 차이가 났다. 결론적으로 여기서 살려면 1년에 총 약 1천만 원 정도의 월세를 지불해야 했다. 

1천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모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1천만 원 쓰는 것은 금방이어도 (가구와 가전제품 몇 개 사면 1천만 원은 쓰는 것은 순식간이다.) 모으는 것은 오래 걸리다. 이렇게 모으기도 어려운 돈을 1년 월세로 쓸 생각을 하니 너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이 시점에서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월세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월세를 지불하는 것은 쉽고 간단하다. 한 달에 60~70만 원 정도의 월세를 내고 옷가지만 가지고 들어가서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 된다. 하지만 월급에서 월세를 빼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관리비에 생활비까지 쓰고 나면 재정적자에 허덕일 듯했다. 

그렇다고 매입이 쉬운 것도 아니다. 우선 1억이 넘는다. 그리고 집을 보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 시 물건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신경 쓸 것이 많다. 하지만 지역만 잘 고른다면 미래 수익까지 노릴 수 있었다. 

오래 고민하지도 않고,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첫 구매해서 고이고이 간직했던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그 차액으로 서울의 오피스텔을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8년 동안 감사하게도 아파트는 매입가보다 약 4천만 원 정도 상승해 있었고 (서울이었으면 그 기간의 상승률은 훨씬 높았겠지만 첫 투자였으니 떨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했다) 전세를 빼고도 오피스텔을 구매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서울의 오피스텔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몇 천만 원대의 돈이 더 필요했다. 


This is the SEOUL Life.

또다시 대출상환 인생이 시작되었다. 대출과 함께 나의 서울 생활도 시작되었다. 서울 라이프는 생각보다 좋았다. 아침 영어회화 학원이라도 다니려면 새벽 5시 30분 첫차를 타야 했던 경기도에서의 삶과는 달리 충분히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나도 시간이 충분했다. 심지어 아침 8시에 일어나서 회사로 출근해도 절대 늦을 일 없는 삶. 이 맛에 다들 서울에 살고 싶어 하지 않나 싶었다. 만족도도 높았고, 지역과 거주형태,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고 결정했던 터라 여러 가지가 흡족했다. 밤에 누워 있으면 내 집이라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물론 계약하면서 몇 가지 잡음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완전한 부동산 투자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계약 전 집 상태 점검은 필수!

그렇게 만족하는 서울 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수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계약 전 집 상태 점검’이었다. 아니 그렇게 단순한 것을 왜 간과했었냐고 의아할 수 있으나, 사실 오피스텔이 다 똑같이 생겼고, 신규 건축으로 1년 정도 되어서 상태도 좋으므로 굳이 볼 필요가 있냐는 것이 부동산 측의 설명이었다. 한창 회사일로 바쁜 터라 나는 어리석게도 그들의 설득에 넘어가서 급하게 계약서 먼저 작성하고 말았다. 알고 보니 내가 구입한 그 집만 다른 집과 다른 구조였다. 전에 구매하셨던 분이 붙박이장 하나를 떼어내고 나름대로의 인테리어를 해 놓으셨던 것. 수납공간이 절실했던 나는 너무나 당황했다. 새롭게 붙박이장을 하려니 300만 원 정도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미 계약은 했고, 취소할 수도 없는 상황. 100만 원 정도 선에서 합의 보고 계약을 마무리했지만, 사실 아쉬움이 많았다. 나름대로 꼼꼼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런 실수를 했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었다. 누구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100만 원 정도 선에서 마무리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나만큼 꼼꼼하게 그 물건을 파악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하나부터 끝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아침과 저녁에 찾아가 햇볕이 얼마나 드는지, 밤길은 무섭지 않은지, 방범은 잘되어 있는지 등등을 살펴봐야 한다. 층간 소음은 어느 정도인지 각 시설의 상태는 어떻게 되는지를 가급적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만이 후회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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