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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K Nov 17. 2019

은퇴하면 들어가서 살 집을 사다

30대에 준비하는 노후 생활

30대에 준비하는 은퇴 후 살 집

첫 번째 투자 이후 두 번째 투자까지 상당히 긴 공백기간이 있었다. 그저 ‘집 한 채 마련하면 됐다’라는 생각이 강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우연치 않은 기회에 부모님과 거주하는 지역에 급매로 나온 아파트가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었기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그런 아파트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사실 그 집은 교통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전철역까지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에 걷기에는 살짝 멀고 버스를 타자니 애매한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또 평수가 혼자 살기에는 너무 컸다. 단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부모님 댁에서 걸어서 5분 거리로 무척 가깝다는 것이다. 

서울의 집값이 평균적으로 3.3 제곱미터당 2천만 원을 넘는 것을 고려할 때 이 지역은 1천만 원이 되지 않아 앞으로의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이 되었다. 그리고 혼자 살기엔 큰 평수이지만, 결혼하고 가족이 생기면 충분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부모님 댁 근처라는 심리적 안정 거리까지 고려해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아파트는 은퇴 후에 들어와 살기로 마음먹으면서 투자 목적보다는 나의 미래를 위한 “여백의 미”로 남겨두었다. 


성취감 하나로 갚아가던 은행 대출 

첫 번째 투자의 대출금 갚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담보대출은 20년 모기지론으로 받았기 때문에 한 달 상환금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도 목돈이 생기거나 전세금을 올려 받으면 그 돈으로 상환하여 금세 마무리가 됐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투자 공백기에 모은 돈은 2천2백만 원 정도가 전부였고, 그나마 갖고 있던 아파트의 전세금을 올려 받은 것이 자금의 전부였다. 이 정도로는 매매가의 20~25%밖에 되지 않았다. 매입할 아파트에 있는 전세임대금을 제외하고도 7~8천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부족한 상황.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 달에 상환하는 돈은 200만 원 남짓. ‘3년 안에 상환 완료하기’를 목표로 잡았고, 굉장히 공격적인 상환 스케줄을 실행에 옮겼다. 200만 원을 벌기도 어려운데, 한 달에 고스란히 이만큼을 상환한다는 건 솔직히 살인적인 계획이었다. 내 월급의 거의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금액이 매달 빠져나갔다. 정말 허리띠를 졸라맸다. 일체의 외식, 쇼핑은 금물. 딱 교통카드 하나만 들고 다니며 3년을 살았다. 여행은 꿈도 못 꿨고, 긴 머리로 길러 1년에 딱 한번 자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렇게 버겁게 3년 만에 대출을 졸업할 수 있었다. 

대출을 청산하던 날, 알뜰히 살았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한창 친구도 만나고 멋도 부리고 데이트할 시기였던 30대 초반을 너무 건조하게 빚 갚는 데만 쓴 것은 아닌가 후회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두 푼도 아니고, 몇 천만 원 대의 빚은 늘 무겁게 어깨를 눌렀다. 정말 빚을 갚는 3년 동안은 아무 기억도 없다. 잊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계획대로 잘 해낸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부동산 투자를 완성하고 다음을 기약할 힘을 다시 비축하기 시작했다. 내 남은 인생을 보다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경제적 이유 때문에 누군가에게 주눅 들거나, 하고 싶은 일을 미루는 일을 없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루하루 목적과 이유를 만들며 성취해 나가고 있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딱 그만큼만

등기의 소유주는 내 이름이지만, 사실상의 소유주는 은행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집을 사면서 100% 자기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고, 부동산 투자를 한다. 요즘은 그 대출도 잘해주지도 않지만,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무리한 대출은 금물이다. 우선 감당하기가 너무 벅차다. 나의 경우엔, 교통카드 하나만 들고 살았던 3년은 추억이 하나도 없다. 물론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그다음 투자도 없었을 수도 있고,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조금이나마 여유롭게 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직면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대출은 나의 생활수준과 여건을 고려하여 가능한 선에서만 받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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