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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mie Oct 11. 2018

미국 병원에서, 두 번째 정기 검진

미국 예비맘의 임신 이야기_임신 중기 (14주-15주)


임신 13주까지가 초기로 분류된다고 하니, 벌써 임신 중기에 들어섰다. 입덧은 여전했고, 남들은 15주는 되어야지 배가 조금씩 나온다는데, 나는 14주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눈에 띄게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거 임신해서 그런 거야? 아님 그냥 배가 나오는 거야? 알 수는 없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이렇게까지 배가 나와본 적 없으니 임신 때문에 그런 거겠지 (애써 위로...).


이건 남편의 얘기인데, 임신해서 나오는 배는 그냥 일반적으로 나온 배랑 감촉이 아주 다르다고 한다. 나는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가 매일 남편의 배와 내 배를 번갈아 만져보다 보니 어느 순간 그 느낌을 알게 되었다. 임신한 배의 경우가 훨씬 더 땡땡한 느낌이랄까. 확실히 텍스쳐가 달랐다.


우리는 매일 밤마다 장난 삼아 누구 배가 더 나왔는지를 비교해보며 놀곤 했는데, 내가 5개월에서 6개월로 넘어갈 즈음에 남편의 배를 따라잡았다. 배가 많이 나온 사람들에게 저건 임신 5개월짜리 배야! 라며 하는 얘기가 괜한 소리는 아니었나 보다. 여하튼 나는 남편을 놀릴 거리가 하나쯤 더 생긴 듯 해 매우 기쁨!


지난번 NT Scan을 하고 딱 2주 뒤 (14주에서 15주 사이), 두 번째 정기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는 첫 번째 검진 때와는 달리 정말 간단히 끝이 났다. 의외로 정기 검진 때는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네, 라며 병원에 들어간 지 30분도 안되어 나왔더랬지. 


지난번처럼 간호사가 먼저 와서 혈압과 체중을 재고 조금 기다렸더니 의사가 등장. 진료의 시작은 담당 의사와의 상담이었다. 그동안 힘든 일은 없었는지, 궁금한 점은 없는지 먼저 상담을 진행한 후에 초음파는 없이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어 보기로 했다.


앞서 체중을 잴 때, 배가 조금 나왔다고 생각은 했지만 체중이 4파운드나 늘었길래 좀 놀랐는데, 이 정도 체중 증가는 정상이라고 미리 말해 주어서 안심. 


이 시기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나 입덧이었기 때문에 입덧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입덧에 좋다고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크래커. 아침 공복에 유독 입덧이 심해지기 때문에 침대 주변에 크래커를 두고 있다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여전히 침대에 머무른 상태에서 크래커를 한두 조각만 먹어 주어도 입덧이 크게 나아질 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리고 느낌인지는 몰라도, 병원에서 받아와서 매일 잘 챙겨 먹고 있던 비타민이 있는데, 그걸 먹고 나면 유독 입덧이 심해지는 것 같아서 혹시 비타민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 그럼 어떡하나요?


임신 초기에는 prenatal 비타민 안에 있는 folic acid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더라도 비타민을 꼭 챙겨 먹어야 하지만 지금 시기는 folic acid가 필요한 시기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만약 너무 힘들다면 비타민을 먹는 건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하셨다. 혹시 그래도 비타민을 계속 먹고 싶다면 시중에 판매되는 젤리 형태의 prenatal 비타민을 사다가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여태 젤리 형태로 된 비타민을 사다 먹어보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들은 말로도 확실히 입덧이 심할 때에는 젤리 형태의 비타민을 먹는 편이 훨씬 덜 힘들다고 한다.


이런 답변을 받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해서, 나는 입덧이 계속되던 이후 약 3주 정도는 (약 18주 정도까지) 비타민을 전혀 먹지 않고 쉬다가 입덧이 조금 괜찮아진 다음부터 다시 비타민을 먹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어 볼 차례! 의사는 기계를 배에 가져다 대기 전에 내가 심장 소리를 찾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몰라, 내가 기계를 가져다 댔는데 심장 소리가 바로 들리지 않는다고 절대 겁먹으면 안 돼! 여러 차례 주의를 주었는데, 예상외로 배에 기계를 가져다 대는 순간 바로 아이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는 초음파를 통해 눈으로 아이의 심장이 뛰는 모습만 봐왔는데 이렇게 심장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또 기분이 새로웠다. 의사는 옆에 있던 남편에게 얼른 녹음해서 부모님께 들려드리라고, 아주 좋아하실 거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번 정기 검사와 별개로 내가 따로 Lab과 Diagnostic Imaging 실에 가서 받아야 하는 검사들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일단은 15주에서 18주 사이에 받아야 하는 APF Blood Test. 정확하게는 Serum AFP screen for open neural tube defect (like spinal bifida)라고 한다. 예약도 필요 없이 그냥 해당 날짜에 Lab에 가서 피만 뽑으면 된다고.


하지만 19주에서 20주 사이에 진행되는 초음파는 또 따로 예약을 잡아야 했다. 이번에는 친절하게도 Diagnostic Imaging 실에서 예약 전화가 갈 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병원을 나서자마자 30분도 안되어 전화가 왔고 추천해주는 날짜들 중 하루로 시간을 잡았다. 


이 초음파는 어느 정도 자란 아이에게 해부학적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목적이라고 한다. Ultrasound to check baby’s major anatomic structures (“anatomy scan”)라고. 보통 정밀 초음파를 할 때에는 검사 15분 전에 물을 1리터나 마셔야 한다는 안내가 있어 처음에는 무척 겁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이 지시사항은 임신 13주 이내의 임산부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한다. 다행히 나는 그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 없이 그냥 가서 초음파만 받으면 되는 모양이다.


특히 20주 정도에 진행하는 이 정밀 초음파를 통해서는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무척 기대가 되었다. 예상되는 아이의 성별이 분명 있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알지는 못하니까. 아이의 성별을 알게 되면 이름을 뭘로 지어야 하나 엄청난 고민을 해야 하겠지?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서는 임신을 하고 아무런 이상 증후가 없는 경우에는 총 3번 초음파를 하게 된다고 한다. 제일 처음 정기 검진 때 확인차 한번, 내가 지난번에 한 검사 First trimester screening에서 아이의 목투명대 측정을 위해서 한번 (NT Scan), 그리고 이번에 예약을 잡은 것처럼 20주 경에 하는 anatomy scan으로 한번, 이렇게 끝. 출산이 임박했을 때 아이의 크기가 자연 분만 하기에 괜찮을지 의심스럽다면 추가로 한번 더 할 수 있고, 이후 예정일이 넘어서까지 아이가 나오지 않으면 41주경에 또 추가로 초음파를 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임신 기간 내에 3번 정도의 초음파를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그런데 나는 첫 번째 정기 검진 전에 출혈로 미리 한 번을 했으니, 앞으로 다른 이상이 없다면 총 4번의 초음파를 받게 되는 셈이 되겠다.


한국에서는 정기 검진만 가면 매번 초음파로 아이가 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데, 여기서는 그러질 않으니 확실히 아이가 뱃속에서 어떻게 잘 지내고 있나 조금 궁금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뭐, 별 문제가 없어서 그런 거라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미국의 병원에서 두 번째 정기 검진까지 받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라면, 아주 여유 있는 병원의 분위기가 참 좋다는 것이다. 예약을 미리 하고 갔기 때문도 있지만 대기 시간이 거의 없이 진료실로 들어가서 의사를 만나는데, 의사는 내가 아무리 천천히 이런저런 얘기를 해도 전혀 지루해하거나 눈치를 주지 않고 정성을 다해 답변을 해 준다. 


그리고 의사가 나에게 행할 진료의 순서와 내용, 방법 등을 진료를 시작하기 전 미리 아주 자세히 알려주어 진료를 받는 동안 전혀 당황스럽거나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이날 진료의 내용과 의사의 코멘트는 역시 웹사이트를 통해 바로 확인이 가능했다.



때는 유월의 어느 날, 아직 채 더워지기 전 아주 화창했던 날씨.



병원을 나와서는 늘 가는 타이 푸드트럭에서 늘 먹던 숩을 먹었다. 입덧이 계속되던 와중에도 유일하게 속에서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정말 일주일에 다섯 번은 사 먹었던 음식이다. 그러고 보니 입덧이 끝나고 난 후엔 또 뜸해서 한참을 안 먹었네. 내일 가서 사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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