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으로, 미국에서 새 식구를 맞이한다는 것은
모처럼, 그러니까 1년 만에 다시 생일이다. 결혼 이후 한국에서의 이사들,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이사를 포함하여 미국에서의 연이은 이사들까지, 정말 다이나믹한 약 4년간을 지나고 났더니, 지난 5년간 다섯 번의 생일을 각기 다른 집에서 맞이하게 된 걸 깨닫고 슬몃 웃음이 나기도 한 하루였다.
생일을 앞둔 주말에는 멀리 한인 마트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한동안 무척 먹고 싶었던 생크림 케이크도 사 왔다. 남편과 둘이서 먹기엔 너무 크지 않을까, 그렇지만 작은 것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네, 한참을 서성이며 고민하다 골라온 케이크였는데 막상 한입 먹어보니 정말 맛있어서 말 그대로 순삭 해 버렸다.
사실 이번 생일은 나에게 무척 의미가 깊다. 원커나 원치 않거나 매년 이맘때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생일인데도 올해 생일이 유독 각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라면, 단연코 곧 맞이하게 될 새 식구 때문일 것이다.
유독 길었던 겨울이 물러나며 드디어 봄기운이 만연해지던 4월의 어느 날, 우리 부부는 우리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던 차량 구입부터, 이번에는 오래 살자 다짐했던 집을 예상보다 일찍 떠나게 되는 등, 정신없이 우리의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하였던 것. 힘든 일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고 이제 새로운 집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지고 나서 보니 어느새 뱃속의 아가는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아직은 신혼이라고 생각하는, 그리고 아직 둘만의 살림도 무척 버거운 결혼 3년 차 새댁이기는 하지만, 아이를 갖기에는 절대 이르지 않은, 사실은 조금 늦은 나이이기 때문에 올 4월에 찾아온 아가는 우리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예전 직장에서 새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려던 딱 그 과도기에 찾아와 준 바람에 혼자서 속앓이를 많이 했던 것도 사실. 결국 무척이나 가고 싶었던 새 직장을 포기하게 되면서 조금 힘든 시간을 겪기도 하였지만, 출산 이후에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지금은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꽤나 안정기를 보내고 있다.
아무튼, 난생처음으로 뱃속에 아가를 품고 맞이하는 내 생일이다 보니 한국에 있는 가족 생각, 그중에서도 특히 엄마 생각이 가득한 하루인 것 같다.
사실은 임신 이후 한국에 있는 엄마와 통화가 잦아졌다. 입덧이나 출산 때 고생하는 정도는 엄마를 많이 닮는다던데, 엄마는 나 낳을 때 어땠어? 입덧은 심했어? 입덧엔 어떤 음식이 좋았어? 엄마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 매번 끝도 없이 튀어나오니까. 그런데 딸의 임신과 출산을 가까이서 보살피지 못하는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늘 젖은 목소리로 내 건강을 살피는 엄마와 나눈 오늘의 통화는 여느 때보다도 아주아주 길었다.
예정일은 다시 매서운 찬 바람이 불어 댈 12월의 어느 날.
딱히 어느 계절에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겨울 아가도 꽤 괜찮을 것 같다. 미 동부에 스노우스톰이 불어닥칠 시기보다는 조금 일러서 다행이기도 하고, 아이가 태어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나들이를 해볼까 싶을 때는 또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아직도 완벽한 이방인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 미국 땅에서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은 역시나 겁나는 일이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처음으로 병원을 예약하는 일부터가 난관이었을 만큼 미국 생활은 아직도 나에겐 여러모로 생경하니까. 지금까지라도 잘해온 내가 스스로 대견할 만큼 늘 아슬아슬하게 난관들을 넘기고 있지만 올겨울 우리 아가가 진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올 즈음에는 조금 더 정돈되고 준비된 환경을 만들어 두고 싶다. 그래서 지금부터 이곳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주욱 경험하게 될 미국에서 우리가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를 해나가는 과정들을 차근차근 담아나가려고 한다.
여러모로 2018년은 우리 부부에게 평생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런 2018년의 한 가운데에서 모처럼 맞이한 내 생일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