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정에 질문하기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아들에게 짜증스러운 말을 건넨다.
아들이 나의 말투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면, 그때부터 나는 화난 어조로 나름의 논리를 세워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딱따구리처럼 시끄럽게 잔소리를 퍼붓는다.
회사에서 어떤 이의 말이나 행동에 갑작스레 화가 치민다.
어떨 땐, 나와 상관없는 일인데도 정의감인지 뭔지 모를 감정이 올라와, 속으로 그를 평가하고 미워하기 시작한다.
지인과 대화하다가도 속으로 맥이 빠질 때가 있다. 속된 말로 '긁힌' 것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나 하루가 저물 때,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다. 우울해지기도 하고, 때론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나는 이럴 때마다 사실 속으로는 어쩔 줄 모른다. 내가 나를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를 지배하고, 감정에 나를 맡겨버린다. 그 상태를 알면서도 이기지 못하는 내가 더 싫어질 때도 있다.
그럴 땐 잠시, 고개를 돌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둔다. 지금 흐르고 있는 생각의 수도꼭지를 잠가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니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그러면 나는 놀라서 무슨 말을 할지 머뭇거린다. 솔직한 나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피곤해서, 깨끗한 곳에서 쉬고 싶었어'.
'존중받고 싶었어'.
'솔직히 창피했어'.
'무책임함이 싫었어'
'은근히 남에게 떠넘기는 태도가 싫어. 내가 해야 할 것 같아'.
'사실 그가 예전에 나한테 인사도 안 하고 지나친 게 기분 나빴어'.
'질투가 나'.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수많은 속마음이 흘러간다. 언젠가의 비슷한 경험도 생각나고, 인간관계의 솔직한 감정 흐름도 인정하게 된다. 그렇게 그렇게, 현재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한다.
때로 불쌍해 보이는 나를 안쓰러워하면서 말한다.
'너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괜찮아... 솔직히 인정하고, 표현하고, 그리고 당당해지면 돼.
니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거야.'
내 감정과의 전쟁에서 평화의 협상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