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학실험실의소녀 Apr 04. 2023

출근길 봄비가 끝나가며 알게 되는 감사함


아침 8시 반 220번 버스에 올라탔다. 

요즘 전기차 버스가 많아져서 실내는 비교적 깨끗하고 공간이 넓었다. 

아침에 버스에 올라서자마자 창가가 보이는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버스에서 잠을 자지 못하는 나는 항상 창문 밖을 바라보며 이동시간을 보낸다. 

불과 며칠 전에는 솜사탕같이 뭉게뭉게 피어난 벚꽃 나무들이 벌거숭이가 되어 있었다. 

어제 바람이 꾀 불었는데 바람이 벚꽃잎들을 데려간 것 같다. 


이상하게 오늘 탑승한 전기차 220번은 주행 중에 자주 멈추어 섰다. 

기사님도 당황하신 건지 사업소에 전화하여 현재 상황을 두 차례 전달 하였다. 


정차해서 차문을 열고 손님이 하차해서 차문을 닫으면 빨간 불이 들어와 있어요.
액셀을 밟아도 앞으로 가지 않아요.
뒷문을 다시 열었다가 닫으면 그제야 차가 앞으로 나가요"


전기차의 센서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는지 차가 멈추었다가 다시 출발하려면 뒷문을 꼭 다시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침 출근시간은 항상 차가 막히다 보니 차가 주행 중에 멈추었다가 다시 가야 하고 혹은 빨간불 신호 받아서 잠시 멈추었다가 가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그때마다 기사님은 뒷문을 다시 열었다가 다시 출발하셨다. 

주행 중에 차가 여러 번 멈추었다가 뒤늦게 출발하는데도 버스 내에 그 누구도 기사 아저씨를 다그치지 않았다. 아침길을 나서던 뒤차량의 직장인들도 버스차를 향해 빵빵거리며 재촉하지도 않았다. 

나는 약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회사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30 분 동안 정말 많이 뒷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였다. 뒷문이 열릴 때마다 하차벨을 누른 사람들의 하차벨이 자동으로 꺼지기도 해서 기사님은 손님이 어디서 하차하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차량이 자주 멈추었다 섰다 하여 평소 하차하던 곳에서 한 정거장 전에 하차하여 도보로 회사까지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당황하셨을 텐데도 최선을 다해 안전 운전해 주신 기사님께 감사했다. 기사님 덕분에 나는 30 분간의 차량 탑승동안 접촉사고도 없어 무사히 오늘도 출근을 할 수 있었다. 


도보로 걷다 보니 평소 이 길은 벚꽃 나무가 연달아 심어진 곳이었는데 벚꽃 잎은 거진 다 떨어져 나뭇가지만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바닥은 벚꽃나무잎이 없이 깨끗한 인도만 있었다. 깨끗한 도로를 보며 부지런한 도시청소부들께 감사함이 생겨났다. 꽃잎을 밟아 미끄러져 다치지 않게 깨끗하게 거리를 정비해놓아 주셔서 감사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감사함을 알게 해주는 대상들이 항상 있다. 
작가의 이전글 눈치 보며 연차 신청하는 직장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