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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Jun 11. 2020

슬기로운 엄마의 말하기 기술

말이 늦은 우리 아이에게 말을 건네는 방법

나의 직업이 언어재활사라는 것을 알게 된 주변 엄마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말이 늦은 아이와 엄마가 대화할 때 어떻게 구체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지를 가장 궁금해하는 것 같다. 사실 아이의 언어를 자극해주는 대화법이라는 것은 거창한 방법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은연중에 많이 사용하고 있고, 또 이야기하면 다들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다. 말이 늦은 우리 아이의 말을 '톡'하고 한 방에 터트려줄 만한 마법 같은 묘책들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것은 없다. 다만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다시 되새김질하여 체득화할 수 있는 지름길을 안내해드리는 방법뿐이다.  

그렇다면 말이 늦은 아이와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부모들을 위해 엄마가 아이와 슬기롭게 대화할 수 있는 말하기 기술을 몇 가지 이야기해드리겠다.


엄마가 아이에게 쉽고 구체적으로 말을 건네는 방법


하나. 엄마는 아이에게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엄마의 입장에서가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사물이나 사람, 혹은 사건들에 대한 주제로 아이에게 말을 건넬 때 아이는 엄마의 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 아이가 좋아하고, 아이에게 중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주제이든 아이가 흥미를 느끼고 있는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이는 더 쉽게 엄마의 말에 집중할 수 있다.


셋. 엄마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엄마가 현재 행동하고 있거나 보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는 것을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을 해준다. 예를 들면, 엄마가 주먹밥을 만들면서 "엄마 이제 김밥을 만들 거야. 방금 밥을 김에 깔았어. 이제 계란이랑 햄을 넣을 거야. 남은 재료들을 다 넣고 두 손으로 꾹꾹 말아서 김밥을 만들어보자."라고 말하며 말하는 순간의 행동을 말로 풀어서 설명해준다.


넷. 아이가 할 말을 가끔은 대신해서 말해준다.

말이 늦은 아이를 볼 때 부모들이 가장 쉽게 착각하는 것은 말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아무 의견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상황에 대해서 감정을 느끼고 있거나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럴 경우 엄마가 아이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대신 말해줄 수 있다. 두 돌을 기점으로 아이들에게서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그러한 감정들을 처음 느끼게 되는 아이들은 이를 자신들이 이전에 알고 있던 짜증이나 화로 풀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엄마가 아이가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읽어주면서 새로운 감정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섯. 슬기로운 대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용한 방법은 아동의 말을 길게 확장시켜 주는 것이다.

1) 아이가 말한 의미는 그대로 유지한 채 다시 길게 말해준다. 예를 들어 아이가 '우유'라고 말하면, 엄마는 '배고파서 우유가 마시고 싶었구나.'라고 아이의 말을 길게 만들어 다시 들려준다.

2) 아이의 말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서 말해준다. 아이가 지나가는 트럭을 보며 '트럭'이라고 단어만 말한다면, 엄마는 '맞아, 파란 덤프트럭이 슈웅 지나가네.'라고 말해준다.


이때 엄마가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아이의 말을 끝까지 주의 깊게 들어주고, 아이가 대답할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아이가 대답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엄마의 말을 무작정 반복시키거나 아이의 잘못된 말을 똑바로 고쳐서 말하도록 너무 강요해서는 안된다. 아이의 말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다시 올바로 고쳐서 한번 더 들려준 뒤 가볍게 넘어가야 하고, 아이가 무슨 말을 하든지 긍정적인 반응을 주어 아이가 엄마와 대화하는 순간이 즐거운 경험이 되도록 격려해주어야 한다.

만약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면,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찡그려지지 않았는지 살펴야 하고, 아이가 답답해하는 것을 엄마가 알고 있다고 말로 표현해준다. 가능하다면 아이가 원하거나 표현하려고 하는 것을 몸짓으로 표현하게 하거나 할 수 있는 모든 단어들을 말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앞서 말한 것들이 체득화되어 자연스러움이란 이름으로 언어에 덧입혀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말이 늦은 우리 아이와의 대화에서 엄마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슬기로운 대화의 기본 원칙은
어떤 이야기든지 담아낼 수 있는 커다란 귀와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 줄 작고 고운 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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