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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Jun 17. 2020

사람이 사람에게 정성을 들이는 일

사랑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모양

모든 사람마다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사람을 아끼고 지키는 방법이 있다. 어떤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주 작은 일도 상대방과 공유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것들을 예쁘고 소담스레 잘 포장해서 선물로 건네주기도 한다.

나는 내 마음에 들어온 사람에게 아무런 조건을 두지 않고 정성을 들이는 편이다. 툭 건네는 사소한 말에도 마음을 가득 담고, 말로도 손으로도 자주 안아 사랑을 표현한다.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움직임들은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규하는 가끔씩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으며 '엄마, 사랑해'라고 속삭여준다.
그러면 나는 규하를 내 품 안에 꼭 껴안고 말해준다.
 '엄마도 규하를 너무너무 사랑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사랑해'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언어에 마음을 듬뿍 담아 표현하는 것이다.

언어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 사랑하는 감정이라든지, 아끼는 마음이라든지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다. 언어에 담긴 무언가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그것이 무엇이든지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정성을 들이면 그 정성이 상대방의 마음에 콕하고 박힌다.


언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데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상대방을 오해하게 하기도 하고, 답답하게 만들기도 한다. 상대방의 언어를 모를 때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지 당혹스러운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언어로 대화를 해야 할 때의 막막함이나 혹은 위급한 순간에서의 공포심도 느껴보았을 수도 있다.

아직 언어를 사용할 줄 모르는 아이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다. 답답하기도 하고, 때론 무섭기도 하고, 때로는 화도 날 것이다. 그런 순간마다 아이가 매달릴 수 있는 존재는 한 사람뿐이다. 자기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단 한 사람.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다.


나는 우리 아이가 언어로 무언가를 처음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사랑, 따스함, 애정이 담긴 어떤 것이였으면 한다. 낯선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엄마와 처음 나누는 대화가 그런 마음들이었으면 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없듯이 그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긴 언어도 내가 원하는 순간에 억지로 끄집어낼 수 없다. 아이 스스로 언어를 밖으로 끄집어낼 준비가 끝났을 때에야 가능하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빨리 언어를 끄집어내도록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필요한 것들을 정성껏 준비해주어야 한다.


지금은 엄마의 언어를 모른다고 할지라도 언어라는 그릇에 담길 다양한 마음들은 아이의 마음속에 언제나 가득 차 . 단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못했을 뿐, 그 안에 아이의 감정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이에게 정성을 쏟고 또 쏟아보았던  엄마 아이의 그런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다. 사랑을 표현하는 마음이 여러 가지 모양이듯이 언어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품고 있는 엄마를 향한 사랑은 지금도 여러 가지 모양으로 계속 움직인다.

'엄마, 사랑해'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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