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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Nov 17. 2019

#5 언어치료의 시작은 세심한 관찰과 정확한 진단 2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일까?

엄마가 아이의 언어치료사가 되기 전 알아야 할 세 번째!!

아이들의 의사소통 단계를 진단하였다면, 이번엔 엄마인 나를 되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나의 의사소통 스타일은 어떨까? 나는 어떤 시선으로 어떤 말투로 어떤 구어체로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까?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일까?


'도와주고 가르쳐주는 엄마'
어떤 엄마는 아이가 어떤 것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본능적으로 빠르게 파악하고, 환경을 조성해 적절한 타이밍에 아이를 잘 도와준다. 또 다양한 언어 자극으로 아이가 빠르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도와준다. 반면 어떤 엄마는 부모 자신의 불안도가 높아 지나치게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스스로 배우고 탐색할 기회를 빼앗기게 되고,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상황이 해결되는 경험을 많이 한 아이는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무관심한 엄마'
간혹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아이와 상호작용하는데 큰 흥미가 없고 무관심한 엄마가 있다. 반대로 아이가 부모와 어떤 대화를 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독립적인 성향의 아이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부모의 무관심이나 지나친 방해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일 수 있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맛보며 자신감을 쌓고 자존감을 높인다. 이때 부모는 적극적으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방해하지 않는다는 명목 하에 엄마가 아이의 옆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 눈과 손은 핸드폰으로 향하는 것은 금물이다. 본인 스스로 아이에게 지나치게 무관심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아이가 혼자 놀고 있다면, 아이가 하고 있는 일을 함께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아이의 관심을 끌어 상호작용하는 기회를 삼기도 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며 방해하지 않아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가끔씩은 아이를 귀찮게 방해하기도 해야 한다.

'재촉하는 엄마'
아이를 키우는 집의 하루 일상은 전쟁 통 아수라장과도 같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이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고 가방을 챙겨 집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의 과정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이런 과정에서 엄마는 아이에게 자꾸 재촉할 수밖에 없다. '얼른 밥 먹자, 빨리 와서 양말 신자.'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이는 엄마가 왜 그렇게 바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시간이나 약속의 개념이 거의 없는 이 시기의 아이들은 그저 한없이 여유롭고 해맑다. 밥 한입 입에 믈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동차를 굴리기도 하고, 양말은 한쪽만 신고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하나 가져와 읽어달라는 식이다. 왜 서둘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아이에게 엄마의 재촉은 부담이자 스트레스 일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는데 서툰 아이라면, 자신의 의도를 나타내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대신 '안 해, 싫어'로 일관하거나 귀를 닫고 회피해버리게 된다.

'친구 같은 엄마'
아이에게 최고의 학습은 놀이라고 했던가. 아이는 일상생활의 수많은 놀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언어 또한 놀이를 통해 발달하고 습득된다. 부모는 아이의 친구가 되어 함께 역할놀이도 하고, 다양한 신체놀이를 통해 질 높고 우수한 많은 언어 자극을 시도해볼 수 있다. 단, 엄마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학습시키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친구 같은 엄마는 아이에게 풍부한 언어를 제공해주는 언어 교사이자 놀이교사가 되어준다.





친구 같은 엄마는 내가 품고 있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이었다. 나는 내 아이에게 편안하고 재밌는 친구가 되어주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엄마인 내가 가지고 태어난 타고난 성향, 바로 기질이었다. 나는 낯선 환경이나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그로 인한 불안도가 매우 높은 위험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처음으로 내가 모르는 어떤 것들을 접하는 상황이 오면 나는 비정상적으로 긴장도가 높아진다. 학교 다닐때도 새 학기 첫 발표수업이 있는 날이면, 나는 몇 날 며칠이고 밤을 새워 스크립트를 만들고 글자 토씨 하나라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달달 외우고 나서야 다른 사람들처럼 비슷하게 발표를 해낼 수 있었다. 그런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난생처음 경험해보지 못했던 거대한 미지의 세계가 하염없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돌이켜보니 첫 해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고, 나의 불안은 극에 치달아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주기는 커녕 아이 혼자서는 스스로 탐색할 기회까지 빼앗는 엄마가 되어있었다.

우리 아이는 돌 전까지 옹알이가 많지 않았고 웃음이 거의 없었다. 어떤 아이는 엄마 얼굴만 봐도 생글생글 잘도 웃어주는데 우리 아이는 엄마인 나보다 아빠가 나타나면 어쩌다 한 번씩 웃어주는 아이였다. 지난 일기장을 펼치다 아이가 잠들어 배냇짓을 하는 것을 잽싸게 사진 찍어 '언제 엄마에게 그렇게 웃어줄래'라고 쓰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아이의 웃음에 참 많이도 굶주린 엄마였다.

문득 나의 기질이 만들어내는 불안함이  아이를  옥죄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나의 불안이 나와 아이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남편에게 매일 나의 심리를 이야기하고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 주문을 외우며 나를 내려놓고 나서야 아이와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제야 아이는 우리에게 더 자주 많이 웃어주기 시작했고, 나와 마주 보며 장난도 주고받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웃음이 많아졌을 시기부터 아이의 언어도 갑자기 날개를 달더니 높이 높이 날아올랐다. 세 살인 지금은 내가 불안해하면 아이가 먼저 나서서 '엄마. 괜찮아, 내가 보호해줄게'라고 말해주는 아이가 되었다.


모든 엄마들이 그럴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과 현실의 나의 모습 사이에서 참으로 많이 좌절을 맛보았을 것이다. 언어치료사인 나도 모든 엄마들처럼 한참을 헤매다가 비로소 아이와 연결되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 아이는 왜 말이 느린 걸까.' 답답한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여러분도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분명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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