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만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어떤 소리와 소음들이 아이의 귀를 간지럽히고, 어떤 모양과 색깔들이 아이의 눈에 가득 차 있을까?
한 번쯤은 아이가 바라보는 시선 그대로의 세상과 마주하고 싶다.
현재 아이는 아마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몸짓이든, 원시적인 소리들이든 말이다. 우리 아이가 어떤 방법들로 자신의 욕구와 의도를 표현하고 있는지 관찰을 했다면, 지금부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의 언어를 시각화해볼 시간이다. 이미 부모가 알고 있었거나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종이 위에 나열해보자.
우리 아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어휘 목록 만들기
생활 연령과 언어 연령이라는 것이 있다. 생활 연령은 신체발달 연령 즉 만 나이를 말하며, 언어 연령은 현재 아이가 나타내고 있는 언어의 이해 및 표현 연령을 말한다. 생활 연령에 따라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발달 어휘들이 있다. 우리 아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어휘 목록을 만들어 생활 연령에 따른 발달 어휘*와 비교해보면 아이의 언어 수준이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
어휘 목록은 이해 어휘와 표현 어휘로 나눠서 기록해보자. 이해 어휘란 아이가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휘를 듣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어휘이다. 표현 어휘란 아이가 이해하고 있는 어휘 중에서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아이가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어휘를 말한다. 언어는 항상 이해 어휘가 표현 어휘를 선행한다. 그 이유는 하나의 어휘가 말로 표현된다는 것은 어휘의 개념이 머릿속에 이미 표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어휘 수준이 아직 옹알이 단계일 경우에도 옹알이를 녹음하거나 주의 깊게 관찰해서 옹알이를 기록하는 것도 좋다. 옹알이도 발달 연령에 따라 단순 옹알이에서 보다 복잡한 옹알이로 변화한다. 처음에는 입술소리로 구성된 마마, 빠빠처럼 단음절이 반복된 옹알이가 출현한다면 점차적으로 복합 음절로 변화하게 된다. 옹알이를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출현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어휘의 개념을 표상화시키기 이전의 단어들로, 완전한 첫 단어의 출현은 아니다. 첫 단어로 넘어가기 이전에 나타나는 원시어들도 존재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아니지만 아이가 단어처럼 사용하는 미완성의 단어이다.
아이의 어휘 목록을 정리할 때,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아니라 해도, 아이가 표현하고 있는 음절이나 원시어들의 단어들도 기록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아이들의 경우, 한두 달 뒤의 기록과 비교해도 많은 표현들이 달라진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자동차로 연결되어 있다. 길을 걷다가 발견한 네모난 돌멩이는 아이들을 유치원에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노랑이 버스가 되고, 집으로 배달된 커다란 택배 상자들은 가위로 오리고 붙여 세상에서 하나뿐인 멋진 영국 지프차가 된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어디 하나 자동차와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 우리 아이도 아직 세 살인지라 발음이 명료하지 않은 말들도 많은데 특히 /ㅈ/음소에서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들이 많은 편이다. 그때 아이가 말하고 싶은 단어가 무엇인지 아이의 시선으로 자신이 특히나 좋아하는 자동차와 연결해서 생각하다 보면, 얼추 비슷하게 때려 맞추게 된다.
아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어휘 리스트를 정리해 본다는 것은 곧 아이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 속으로 노크를 하고 들어서는 작업이다. 아이가 어떤 세상 안에서 어떤 말들로 채워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엄마'가 알아봐준다면 아이는 엄마에게 자신만의 언어를 두려움없이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