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언어발달 수준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면,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어휘 목록이나, 문장 구조, 문법형태소 등의 목표를 세워보도록 하자. 언어치료의 목표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의논하여 목표를 세워보기를 부탁드린다. 처음부터 이야기의 주체를 엄마로 지칭하여 언어치료사 만들기를 시작했지만,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여기서 말하는 '엄마'는 생물학적으로 엄마이기도 아빠이기도 더 넓게는 조부모이기도 하다. 나는 한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한 노력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언어가 느린 이유를 엄마에게서만 찾아서도 안될뿐더러 그 책임임과 의무를 한 사람에게 모두 감당하라고 강요해서도 안된다.
(아이의 언어발달에 아빠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언어치료 목표는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좋다. 예를 들어, 어휘를 정한다면 우선 아이의 실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어휘들을 정해보자. '빠방, 꿀꿀, 칙칙폭폭' 같은 의성어, 의태어일 수도 있고, '밥, 물'과 같은 음식일 수도 있다. 문장 구조를 정한다면 두 단어의 전보문 형태(예: 엄마 물)를 사용하는 아이라면, 두 단어 전보문 형태이지만 단어의 확장에 초점을 맞춰 '아빠 물, 할머니 물, 아빠 가방, 아빠 안경'등을 목표로 할 수 있겠고, 두 단어에서 세 단어 조합의 문장 확장을 목표로 한다면 '엄마 물 줘, 엄마 물 먹어'등이 목표 문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어치료 목표는 주간 혹은 월간 목표로 정해볼 수 있다(언어치료 목표 예시*).
우리 아이를 위한 부모 대화시간 만들기
하루에 십 분이라도 아이의 언어에 대해 엄마, 아빠가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앞에 잠깐 언급했던 것과 같이 나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아이의 언어치료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엄마에 비해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아빠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적으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제일 적고, 아이의 언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언어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다. 이를 대신하여 엄마는 아빠에게 언어 일지를 보고 아이가 오늘 표현한 언어들이나 상황들을 공유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아이와 아빠 둘이서 대화하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녁시간에는 적어도 삼십 분 이상은 아빠와 아이 둘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아이의 심리적인 안정뿐만 아니라 엄마가 아닌 다른 대상에게 새로운 언어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의 남편은 언제나 7시면 집으로 귀가한다. 남편이 도어록을 여는 소리가 나면 우리 아이는 하던 일을 멈추고 현관으로 내리 달리며 '아빠'를 외친다. 아이에게 아빠는 제일 친한 친구이다. 나는 남편과 아이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아이가 오늘 했던 말들 중에서 인상 깊은 언어 표현들이나 감정 표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시시콜콜 이야기한다. 그러면 남편은 벌써 그런 표현들도 할 줄 아냐며 아주 즐거워한다. 어찌 보면 사소하고 일상적인 대화이지만, 이런 대화들이 모여 남편은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들을 알게 된다. 가정에서 아빠 그리고 남편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또한 엄마의 역할 일 것이다.